지금까지 Claude와 일하는 순서는 늘 같았습니다. 내가 창을 열고, 질문을 쓰고, 답을 받습니다. 창을 닫으면 Claude도 멈춥니다. 10월 21일 Anthropic이 연구 프리뷰로 공개한 Claude Duet은 이 순서를 뒤집습니다. 아침이 되면 Duet이 먼저 메시지를 보냅니다. "오늘 챙길 일은 이 세 가지입니다." 그 뒤로도 몇 시간마다 연결된 메일함과 캘린더, 업무 앱을 둘러보고, 손이 가야 할 일이 생겼을 때만 다시 연락합니다.
사용자가 묻기 전에 움직이는 에이전트는 Duet이 처음이 아닙니다. Meta가 9월 8일 Muse를, OpenAI가 9월 29일 Dots를 내놨습니다. 그래서 이번 발표에서 볼 대목은 "Anthropic도 냈다"는 사실보다 Duet이 무엇을 혼자 하게 두고 무엇은 묻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부지런함의 비용을 누가 내는지입니다. 공식 발표문과 안내 글을 따라 그 두 가지를 짚어봅니다.
창을 닫아도 일하는 구조
Duet은 Claude 앱 안의 새 버튼이 아니라 별도 앱입니다. iOS와 Android 앱이 따로 있고, 웹에서는 claude.ai로 씁니다. 프리뷰 기간에는 기존 Claude 앱과 분리돼 있습니다. 기반 모델은 9월 22일 공개된 Claude Opus 5.5입니다. 대상은 미국의 Pro·Max 구독자이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순서대로 초대가 나갑니다. Team과 Enterprise 요금제는 아직 대상이 아닙니다. Anthropic이 꼽은 주 사용자는 챙길 게 너무 많은 전문직 종사자와 소규모 사업자입니다.
창을 닫아도 일이 굴러가는 비결은 단순합니다. Duet은 사용자의 노트북이나 휴대폰이 아니라 Anthropic 쪽 가상 머신에서 돕니다. 가상 머신은 클라우드 안에 빌려 쓰는 컴퓨터 한 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컴퓨터에 전용 브라우저가 깔려 있어서, Duet은 사람처럼 웹페이지를 열고 버튼을 누르며 일합니다. 내 기기가 꺼져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일이 끝나거나 사람이 확인해야 할 지점에 이르면 알림이 옵니다.
일을 맡기는 창구는 대화 하나입니다. 주제마다 새 채팅을 여는 대신 문자나 음성으로 같은 스레드에 계속 말을 겁니다. "다음 주 화요일 거래처 미팅 잡아줘" 같은 짧은 부탁부터 몇 주짜리 프로젝트까지 한 줄기 대화 안에서 이어집니다. Anthropic이 든 예시는 회의 일정 조율, 대시보드, 매출 예측, 프로토타입과 웹 앱 제작입니다. 어떤 앱을 열고 어떤 순서로 처리할지는 Duet이 스스로 정합니다.
처음 설정할 것도 많지 않습니다. 기존 Claude 계정의 메모리, 스킬, 연결해 둔 앱을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연결할 수 있는 커넥터와 플러그인은 Claude Marketplace 기준으로 6,000개가 넘습니다. 발표문에는 Gmail, Slack, QuickBooks, Stripe, Gusto, HubSpot, DocuSign, Shopify 같은 이름이 나옵니다. 회계, 급여, 영업 관리, 전자 서명, 쇼핑몰까지, 작은 회사 하나가 돌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가 대부분 들어 있는 셈입니다.
혼자 하는 일, 묻고 하는 일, 묻지도 않는 일
이런 에이전트를 앞에 두면 먼저 드는 걱정은 하나입니다. 내 이름으로 엉뚱한 메일을 보내거나 결제를 해버리면 어떡하나. Duet의 답은 행동을 세 칸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첫째 칸은 혼자 해도 되는 일입니다. 읽고, 요약하고, 초안을 쓰는 일이 여기에 듭니다. 메일함을 훑어 급한 건을 골라내거나 답장 초안을 써두는 것까지는 허락 없이 합니다.
둘째 칸은 반드시 묻고 하는 일입니다. 발표문은 네 가지를 명시합니다. 메시지 전송, 결제, 문서 서명, 그리고 무엇이든 삭제하는 일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Duet은 하려는 행동을 화면에 보여주고 사용자가 승인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공통점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초안은 지우면 그만이지만 보낸 메일은 회수가 안 됩니다.
셋째 칸은 승인을 해줘도 하지 않는 일입니다. 증권 매매와 계좌 간 자금 이체가 예로 나와 있습니다. 사용자가 "괜찮으니 해"라고 눌러도 막힙니다. 버튼 한 번으로 큰돈이 움직이는 일은 아예 에이전트 손에 쥐여주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읽힙니다.
사람이 승인 버튼만 지키는 것도 아닙니다. Duet의 행동은 Claude Code에 쓰이는 auto mode 분류기가 한 번 더 검사합니다. 분류기는 들어온 요청이나 행동이 허용 범위인지 판정하는 별도의 작은 모델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에 민감 정보만 따로 감시하는 전용 분류기와 안전 시스템 프롬프트가 메시지마다 붙습니다. 신용카드 번호나 신분증 정보처럼 가장 엄격한 등급의 정보는 내보내 달라는 요청 자체를 거절하고, 건강이나 개인 재무 정보는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보내라고 지시했을 때만 통과시킵니다.
비밀번호를 다루는 방식도 따로 설계했습니다. 발표문에 따르면 Duet은 Claude Managed Agents와 같은 설계를 따라 비밀번호나 로그인 토큰을 직접 보지 못합니다. 에이전트가 여러 사이트에 로그인해 일하면서도 열쇠는 손에 쥐지 않는 구조입니다. 웹페이지에 숨겨진 지시문으로 에이전트를 조종하려는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에는 Anthropic의 브라우저 사용 연구에서 나온 방어를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시 전에는 내부 레드팀과 외부 보안 업체가 침투 테스트를 했고, 공개 버그 바운티 대상에도 넣었습니다.
물건을 사는 일도 같은 틀 안에 있습니다. Duet은 Stripe의 디지털 지갑 Link에서 발급한 가상 카드나 Shopify의 Shop Pay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품목을 확인하고, Link가 다시 지출 승인을 받습니다. 결제 한 건에 확인이 두 번 걸리는 셈입니다.
경쟁 제품과 갈리는 지점
Muse와 Dots도 뼈대는 같습니다. 셋 다 클라우드의 가상 머신과 브라우저 위에서 돌고, 앱을 닫아도 일을 이어갑니다. 차이는 세부에서 납니다.
Axios 보도에 따르면 Meta의 Muse는 무료 등급이 있고 유료는 월 20달러와 100달러 두 가지입니다. 에이전트가 쓰는 브라우저를 사용자가 직접 지켜볼 수 있습니다. OpenAI의 Dots는 월 100달러 이상인 Pro 요금제부터 들어가고, 출시 시점에는 유럽경제지역, 스위스, 영국의 Pro 사용자에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eesel 등의 정리에 따르면 Dots도 브라우저를 보여주고 사용자가 중간에 조작을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 행동마다 "그냥 해도 됨, 미리 승인된 경우만, 먼저 물어볼 것, 사람에게 넘길 것" 네 가지 중 하나를 사용자가 정해두는 규칙 기능도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Duet은 한발 늦습니다. Anthropic 스스로 아직 에이전트의 브라우저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적었습니다. 승인 기준도 사용자가 세밀하게 고치기보다 Anthropic이 정한 목록을 따르는 쪽에 가깝습니다. 사용자가 고를 수 있는 것은 무엇을 보고받을지, 얼마나 자주 받을지, 어떤 앱을 연결하고 끊을지 정도입니다. 대신 기존 Pro 구독 안에서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은 진입 문턱을 낮춥니다.
부지런함에도 값이 붙는다
실제로 써보면 가장 먼저 체감할 차이는 사용량일 가능성이 큽니다. Duet은 별도 요금이 없습니다. Pro나 Max 요금제에 포함돼 있고, 사용량 한도를 Claude의 다른 기능과 함께 씁니다. 여기서 중요한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Duet이 몇 시간마다 앱을 둘러보는 백그라운드 확인도 그 한도에서 빠져나갑니다.
가족이 휴대폰 데이터를 한 요금제로 나눠 쓰는 모습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Duet, 채팅, Claude Code가 한 지붕 아래 가족이고, Duet이 메일함을 둘러볼 때마다 공용 데이터가 조금씩 줄어듭니다. Duet이 부지런할수록 같은 기간에 내가 Claude Code나 채팅에 쓸 몫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발표문은 Duet이 쉬지 않고 감시하지 않고 "몇 시간마다" 확인하는 것도 사용량 한도를 아끼려는 설계라고 설명합니다. 재무 모델이나 발표 자료처럼 큰 작업일수록 모델 호출과 백그라운드 작업이 늘어 한도를 더 많이 쓴다는 설명도 붙어 있습니다.
Dots는 반대 방향을 골랐습니다. 여러 정리 글에 따르면 Dots와 나누는 대화는 ChatGPT 사용량 한도에서 차감되지 않고, 요금제에 별도 작업 할당량이 붙습니다. 다만 Dots가 Codex 같은 다른 도구에서 돌리는 작업은 일반 한도에서 차감됩니다. 어느 쪽이 낫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Dots는 사용량을 따로 셈하는 대신 진입 가격이 월 100달러부터이고, Duet은 Pro 구독자도 쓸 수 있는 대신 한 주머니를 나눠 씁니다. 평소 Claude Code로 한도를 빠듯하게 쓰는 개발자라면 Duet을 켜기 전에 이 점부터 따져볼 만합니다.
Anthropic이 직접 적은 한계
발표문은 한계도 숨기지 않습니다. 초기 버전이라 스레드의 맥락을 잘못 읽거나 무엇이 급한지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업무 일에 비해 공연 예매 같은 개인 심부름은 아직 약하고, 앞서 말했듯 브라우저 화면을 보여주지 못하며, 기존 Claude 앱과 따로 놉니다.
넷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은 첫 번째입니다. 먼저 말을 거는 에이전트의 가치는 결국 "무엇이 중요한가"를 고르는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급하지 않은 일로 하루에 여러 번 알림이 오면 사람은 금방 알림을 끄고, 정작 급한 일을 놓치면 믿음이 깨집니다. 게다가 그 판단을 내리려고 둘러볼 때마다 사용량 한도가 줄어듭니다. 알림의 정확도와 사용량이 한 줄로 묶여 있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Duet이 보여준 것은 상시형 에이전트를 만드는 기술보다 그 에이전트를 어디까지 풀어줄지에 대한 Anthropic의 설계입니다. 읽고 초안을 쓰는 일은 맡기고, 되돌릴 수 없는 네 가지 행동 앞에서는 멈추고, 큰돈이 움직이는 일은 승인을 받아도 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는 보지 않고, 민감 정보는 분류기가 따로 지킵니다. Muse나 Dots와 비교하면 사용자가 손댈 수 있는 설정은 적지만, 회사가 미리 정한 선은 더 분명한 편입니다.
비용 구조는 따져볼 대목이 남아 있습니다. 부지런한 에이전트일수록 같은 구독 안에서 다른 작업에 쓸 몫이 줄어듭니다. 지금은 미국 Pro·Max 구독자 대상의 연구 프리뷰이고, 한국 출시 일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국 사용자에게 열리는 시점에는 승인 목록과 사용량 정책이 지금과 달라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