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연구진이 뮌헨에서 발표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AI가 준 위험정보를 진료실에 얹자 심방세동 절제술 시행률이 5.6%p 낮아졌다. 1년 재발률은 밀리지 않았다. 환자를 더 찾아내는 AI가 아니라 시술을 걸러 내는 AI다. 무작위 배정으로 그 효과를 확인한 사례는 드물다. 그래서 값을 치를 쪽이 마땅치 않다. 병원 수입은 시행한 행위에서 나오고, 한국 수가표에는 하지 않은 시술을 적는 칸이 없다.
뮌헨에서 나온 숫자

심방세동은 심방이 제멋대로 떨면서 맥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이다. 약으로 리듬을 잡는 데 실패하면 다음 카드가 카테터 절제술이다. 사타구니 혈관으로 관을 밀어 넣어 심장 안쪽의 문제 부위를 지지는 시술인데, 심방세동에서는 폐정맥 입구를 둘러 전기 신호를 끊는 폐정맥 격리가 기본이다. 문제는 이 시술이 모두에게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좌심방이 이미 늘어나고 굳은 환자에게는 시술 뒤에도 부정맥이 돌아온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황태현 교수가 ESC Congress 2026의 Late-Breaking Science 세션에서 발표한 AI-PAFA가 그 지점을 겨눈 시험이다. 학회는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뮌헨에서 열렸고, 세션이 나흘 중 어느 날이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국내에는 9월 7일 청년의사가 뮌헨 현지에서 연구자를 만나 결과를 자세히 전하면서 알려졌다.
읽기 전에 하나 못 박아 둘 것이 있다. 아래 숫자는 모두 학회 발표와 그 자리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동료심사를 거친 논문으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학회 발표는 결과를 세상에 알리는 자리이지 검증이 끝났다는 도장이 아니다. 이 글은 그 전제 위에서 쓴다.
시험의 뼈대는 ClinicalTrials.gov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등록번호 NCT04997824, 스폰서는 연세대학교, 2021년 10월 7일에 등록을 시작한 무작위 배정 시험이고 눈가림은 없는 공개형이다.
설계가 특이하다. AI가 시술 여부를 판정하지 않는다. 외래에서 두 모델이 뽑은 위험 정보를 의사와 환자에게 함께 건네줄 뿐이고, 최종 결정은 증상의 정도와 환자 선호를 얹어 두 사람이 내린다. 의사와 환자가 같이 결정하는 기존 방식에 정보를 한 겹 더 얹었다고 보면 된다.
모델은 두 개다. AI-LAS는 비침습 임상 변수 8개로 좌심방 벽이 받는 압력, 즉 좌심방 벽 스트레스를 추정한다. 심방이 얼마나 늘어나고 리모델링됐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AI-STAAR는 변수 15개로 절제술을 해도 리듬 조절에 실패하거나 영구형 심방세동으로 넘어갈 위험을 예측한다. 둘 다 CT나 조직검사 없이 돌아간다는 점이 실무에서는 중요하다. 외래 한 번에 뽑히는 값으로 계산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040명을 선별해 999명을 배정했다. AI군 502명, 대조군 497명. 절제술 시행률은 AI군 81.3%, 대조군 86.9%로 5.6%p 벌어졌다. 연구진 계산으로 환자 18명에게 이 전략을 적용할 때 시술 한 건이 사라지는 정도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줄인 대가로 성적이 떨어졌는지다. 1차 평가변수는 첫 치료 뒤 3개월의 blanking period를 뺀 1년간 30초 넘게 이어진 심방세동 또는 심방빈맥의 재발이었다. blanking period는 시술 직후 염증과 부종 때문에 부정맥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구간이라 재발 집계에서 빼는 관행이다. 결과는 AI군 16.0%, 대조군 18.3%. 차이는 -2.3%p였고 95% 신뢰구간은 -7.1%p에서 +2.4%p 사이였다.
이 시험이 세운 기준은 비열등성이었다. 새 전략이 기존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신, 미리 정한 선보다 나쁘지는 않다는 것만 보이면 통과하는 방식이다. 그 선을 10%p로 잡았고 신뢰구간 상단 2.4%p가 그 안에 들어왔으니 기준은 충족됐다. 다만 비열등성 한계 10%p는 재발률 자체가 16~18% 수준인 질환에서 결코 좁은 문이 아니다. 실제로 시술을 받은 840명만 따로 본 분석에서도 재발률은 16.9% 대 18.5%로 붙어 있었다.
안전성 쪽 숫자가 더 눈에 띈다. 30일 이내 시술 관련 합병증은 AI군 2.6%, 대조군 5.6%였다. 연구자는 이 차이를 AI가 시술을 안전하게 만든 증거로 읽지 말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침습 시술을 받는 사람이 줄었으니 합병증을 겪을 사람도 줄어든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대 합병증만 떼어 보면 두 군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전체 차이는 경증 합병증 감소에서 나왔다.
2년 시점의 탐색적 결과도 같이 나왔다. 사망, 뇌졸중, 심근경색, 심부전 입원, 심방세동 입원을 묶은 복합평가변수가 AI군 1.4%, 대조군 3.4%, 위험비 0.40이었다. 다만 이 시험은 개별 임상 사건의 차이를 검증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고 사건 수도 적다. 방향만 읽고 확정으로 읽지 않는 것이 맞다.
비용도 같이 보고됐다. 2년 평균 의료비가 환자당 AI군 1,666달러, 대조군 1,864달러로 197달러 차이였다. 이 값은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우선 연구자 본인이 정식 비용효과 분석이 아니라고 못 박았고, 한국 수가 체계를 반영한 별도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집계 범위가 심방세동 관련 비용인지 전체 의료비인지도 발표 내용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리고 197달러는 절제술 한 건의 비용에 견주면 작다. 시술을 다섯 건 중 한 건꼴로 덜 하고도 2년 평균 비용이 10% 남짓밖에 줄지 않았다는 뜻이니, 절제술을 안 받은 환자에게 약값과 외래 비용이 계속 들어갔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이 시험의 값어치는 비용 절감보다 시술을 줄여도 재발률이 밀리지 않았다는 쪽에 있다.
한 가지 더 짚을 것이 있다. AI가 고위험으로 분류한 환자라고 해서 시술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AI군 502명 중 저위험 296명의 시행률이 85.8%, 고위험 178명이 77.0%였다. 고위험 딱지가 붙은 환자의 네 명 중 세 명 넘게 결국 시술대에 올랐다는 뜻이다. 이 도구는 문을 닫는 장치가 아니라 문턱을 조금 높이는 장치에 가깝다.
볼타 메디컬은 반대편으로 갔다

같은 질환에 붙은 AI가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간 사례가 이미 있다. 프랑스 회사 볼타 메디컬의 AF-Xplorer다.
이 소프트웨어는 시술실 안에서 돌아간다. 카테터가 심방 안쪽에서 읽어 들이는 전기 신호 중 분산 전위라 불리는 특정 패턴을 실시간으로 짚어 술자에게 표시한다. 폐정맥만 격리하고 끝내지 말고 이 지점들도 추가로 지지라는 안내인 셈이다. 2023년 5월 FDA 허가를 받았다.
근거는 TAILORED-AF다. Isabel Deisenhofer 연구진이 2025년 2월 14일 Nature Medicine에 실었다. 지속성 심방세동 환자를 AI 안내 추가 절제군 187명과 폐정맥 격리 단독군 183명으로 갈랐고, 12개월 시점에 심방세동에서 자유로운 비율이 88% 대 70%로 벌어졌다. 대신 시술 시간이 178분 대 92분이었다. 거의 두 배다. 안전성 복합사건은 4% 대 3%로 차이가 없었다.
두 시험을 나란히 놓으면 의료 AI의 사업 구조가 선명해진다.
AF-Xplorer는 시술을 더 길게, 더 촘촘하게 만든다. 시술 시간이 늘면 카테터와 소모품이 더 들어가고, 성공률이 오르면 재시술도 줄어 병원이 그 장비를 들일 이유가 생긴다. 회사는 소프트웨어를 시술실 장비 생태계에 끼워 팔면 된다. 팔 대상과 청구할 항목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AI-PAFA의 두 모델은 반대다. 외래에서 돌아가고, 시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일부 환자를 시술 대기 줄에서 빼낸다. 열여덟 명마다 한 건씩 빠진다. 이 소프트웨어를 도입한 병원에서 심장혈관 시술 매출은 줄고 소프트웨어 비용은 는다. 두 항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술의 우열 이야기가 아니다. AI-PAFA 쪽 근거가 약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다. 999명 무작위 배정에 사전 정의된 비열등성 검정을 통과한 시험은 이 분야에서 흔치 않다. 문제는 근거의 질이 아니라, 그 근거가 가리키는 행동이 지금의 지불 방식에서 돈이 되지 않는 쪽이라는 데 있다.
급여 수가 네 개 군 어디에도 자리가 없다

먼저 단계를 정리해 두자. AI-LAS와 AI-STAAR는 아직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이 아니다. 연구진이 만들어 자기 병원 임상시험에 쓴 모델이다. 상용화를 하려면 허가가 먼저고 수가는 그다음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그다음 단계가 더 막혀 있다.
한국 건강보험은 행위별수가제로 돌아간다. 진찰, 검사, 처치, 수술 하나하나에 상대가치점수가 붙고 점수에 환산지수를 곱해 값이 정해진다. 병원 수입은 시행한 행위의 합이다. 하지 않은 행위는 애초에 집계 대상이 아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 셈법이 시술을 줄이는 AI에게는 치명적이다.
국내 AI 의료기기 급여 수가가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보자. 네 개 군으로 나뉘고 가장 높은 1군이 건당 2,920원, 가장 낮은 4군이 310원이다. 이 블로그가 2026년 2월 국내 의료 AI 투자와 수가 공백을 다루면서 정리한 기준이니, 그 뒤 조정이 있었다면 숫자는 달라졌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금액보다 붙는 방식이다. 1군 2,920원이 붙는 전형적인 상황은 흉부 X선 판독에 AI 분석이 얹히는 경우다. 판독이라는 행위가 이미 존재하고, 그 행위에 가산을 얹는다. 비급여로 가도 AI 분석료 상한은 18,100원이고 청구 대상은 환자다.
AI-LAS와 AI-STAAR는 이 틀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 가산을 붙일 모행위가 애매하다. 외래 진찰료에 붙이자니 이 모델의 목적은 진찰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 시술을 걸러 내는 것이고, 절제술 수가에 붙이자니 이 도구가 값을 하는 순간은 정확히 그 절제술을 하지 않기로 한 순간이다. 값을 받을 행위가 발생하지 않아야 성공하는 소프트웨어에, 행위당 값을 매기는 제도는 문법이 맞지 않는다. 비급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시술을 받지 않기로 한 환자에게 분석료를 청구하는 장면은 설득이 쉽지 않다.
신의료기술평가 쪽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 평가는 새로운 의료행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따져 건강보험 진입 여부를 가리는 관문이고, 심사 대상은 행위다. AI-PAFA가 보여 준 것은 새 행위가 아니라 기존 행위의 적응증을 좁히는 판단 보조다. 평가 신청서에 적을 항목 자체가 마땅치 않다.
여기서 반론을 하나 짚고 가야 한다. 큰 병원의 심장 시술은 대기가 밀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18명당 한 건을 빼도 그 자리가 비는 것이 아니라 대기 중인 다른 환자가 들어간다. 시술 건수는 그대로고, 대기열은 시술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은 환자 쪽으로 재편된다. 병원으로서는 매출을 지키면서 성적이 오르는 그림이다. 실제로 수술장과 시술실이 포화 상태인 상급종합병원이라면 이 계산이 성립한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도 소프트웨어를 사는 쪽의 계산은 여전히 어정쩡하다. 병원이 얻는 것은 늘어난 매출이 아니라 같은 매출에 붙는 더 나은 성적인데, 그 성적은 현행 지불 방식에서 값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재발률이 2%p 낮은 병원이 더 받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시술 대기가 없는 병원이라면 매출이 그냥 줄어든다. 어느 쪽이든 구매 결정을 밀어붙일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
남는 길은 지불자가 사는 것이다. 시술 한 건이 빠질 때 아끼는 쪽은 병원이 아니라 보험 재정이니, 논리적으로는 건강보험공단이나 민간 보험사가 값을 치르는 것이 맞다. 다만 확인된 범위에서 국내에 이런 형태의 거래가 자리를 잡았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제도가 금지하고 있다기보다, 지불자가 의료기관에 쓸 소프트웨어를 사서 배포한다는 발상 자체가 아직 정책 논의의 기본값이 아닌 쪽에 가깝다.
한 달 전 이 블로그는 정부가 AX-Sprint로 여섯 개 컨소시엄에 2년치 실증 비용을 대기로 한 일을 다뤘다. 허가는 받았는데 실사용 근거가 없어 수가로 넘어가지 못하는 의료 AI를 정부 예산으로 밀어 주는 사업이었다. AI-PAFA가 던지는 문제는 결이 다르다. 무작위 임상시험이라는, 국내 의료 AI가 좀처럼 확보하지 못하는 수준의 근거를 이미 들고 있는데도 붙일 칸이 없다. 근거를 더 쌓아서 풀리는 종류의 막힘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값이 붙나
일주일 전 이 블로그는 베이지안 헬스의 패혈증 예측 소프트웨어가 메디케어 신기술 추가지급 대상이 되어 건당 최대 61.84달러를 배정받은 일을 다뤘다. 그 제도와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신기술 추가지급은 진단명 묶음값으로 감당이 안 될 만큼 비싼 새 기술의 비용을 병원에 얹어 주는 장치다. 자격 요건 자체가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시술을 없애서 비용을 덜어 내는 소프트웨어는 이 문의 손잡이를 잡을 수조차 없다. 미국에도 덜 쓰게 만드는 기술에 값을 붙이는 일반 창구는 없다.
대신 미국에는 다른 경로가 있다. 지불 방식이 행위별에서 묶음이나 인두제 쪽으로 일부 옮겨 가 있다는 점이다. 책임진료조직처럼 한 집단의 환자를 통째로 맡고 총액 대비 절감분을 나눠 갖는 계약에서는, 불필요한 시술을 줄이는 도구가 곧바로 조직의 이익이 된다. 여기서는 병원이 스스로 그런 소프트웨어를 사 올 이유가 생긴다. 값이 수가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계약에서 나온다.
한국에도 묶음지불 실험이 없지는 않다. 다만 대형병원의 심장 시술처럼 수익 비중이 큰 영역은 여전히 행위별수가제 한가운데 있다. 지불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시술을 줄이는 소프트웨어가 만드는 이득은 병원 밖으로만 흘러간다.
규제 쪽도 한 줄 붙여 둔다. 이런 위험 예측 도구를 상용화하려 할 때 국내에서는 식약처 허가 대상인지부터 가려야 하고, 지금은 그 단계에 들어가지도 않은 상태다. 참고로 지난 6월 이 블로그가 다뤘듯, FDA는 임상의사결정지원 소프트웨어가 규제 대상인지를 의사가 판단 근거를 독립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지, 그리고 놓쳤을 때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지로 가른다. 비침습 변수 열다섯 개를 묶어 점수 하나를 내놓는 심층학습 모델은 그 기준에서 문턱이 낮게 잡히기 어려운 쪽이라는 것이 필자의 추정이다. 다만 이 모델들을 해외에 내놓겠다는 계획이 알려진 바 없으니, 여기까지는 가정 위의 이야기로 남겨 둔다.
같은 병원이 펄스장 절제술 1,000례를 했다
이 시험의 유통기한을 생각하면 한 가지 사실이 걸린다. AI-PAFA를 수행한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국내에서 펄스장 절제술을 가장 많이 한 기관이다. 2024년 12월 국내 첫 시행 이후 1년 7개월 만인 지난 7월 1,000례를 넘겼다고 병원이 밝혔다.
펄스장 절제술은 열로 조직을 지지는 대신 짧은 고전압 전기 펄스로 심근 세포만 골라 없애는 방식이다. 식도나 횡격막 신경 같은 주변 조직 손상 위험이 열 소작보다 낮고, 시술 시간도 1시간 안팎으로 짧다. 병원이 공개한 수치로는 뇌졸중 0.2%, 심장압전 0.4%, 혈관 관련 합병증 0.2%였다.
문제는 AI-PAFA에 이 방식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999명 중 펄스장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AI군 6명, 대조군 8명뿐이었다. 2021년에 시작한 시험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결과의 해석에는 영향을 준다.
시술이 짧고 안전해지면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의 무게가 달라진다. AI-STAAR가 고위험으로 표시한 환자에게도, 한 시간짜리 시술에 중대 합병증이 1%를 밑돈다면 일단 해 보자는 판단이 늘어날 수 있다. 연구자도 이 점을 인정하면서, 시술이 안전해진다고 모든 환자가 같은 치료 이득을 얻는 것은 아니므로 선별의 필요는 남는다고 봤다. 맞는 말이지만, 선별의 기준선이 어디로 이동할지는 다시 측정해야 안다.
여기에 하나가 더 겹친다. 두 모델은 한국인 데이터로 만들어졌고, 시험은 국내 단일 고용량 센터에서 공개형으로 진행됐다. 술자가 자기 병원에서 개발한 모델의 출력을 보면서 시술 여부를 정하는 조건이라 판단이 한쪽으로 기울 여지가 있다. 다기관 검증과 논문 게재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시험이 남기는 것이 있다. 의료 AI가 무작위 임상시험까지 가는 일은 드물다. 지난달 이 블로그가 인용한 PLOS Digital Health 조사에서 FDA 허가를 받은 AI 의료기기 1,357건 중 등록된 전향 임상시험과 연결된 것은 34건, 환자 중심 결과까지 본 것은 3건이었다. 그 드문 일이 회사가 아니라 대학병원에서 나온 것도 우연이 아니다. 시술을 줄이는 소프트웨어에는 임상시험 비용을 회수할 사업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고, 그래서 그런 시험은 매출을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쪽에서만 시작된다. AI-PAFA가 보여 준 것은 절제술을 5.6%p 줄일 수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그런 종류의 질문을 던질 여력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도 같이 보여 줬다.
출처
- 청년의사, "[ESC 2026] AI 활용하니 심방세동 절제술 줄고 치료 성적은 유지", 2026-09-07 (뮌헨 현지 취재, 시행률·재발률·합병증·의료비 수치 및 연구자 코멘트 출처).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2535
- ClinicalTrials.gov, NCT04997824, "Artificial Intelligence Guided Patient Selection for Atrial Fibrillation Catheter Ablation (AI-PAFA Trial)", 스폰서 Yonsei University, 등록 개시 2021-10-07, 무작위 배정·비맹검. https://clinicaltrials.gov/study/NCT04997824
-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Get ready for ESC Congress 2026" (2026년 8월 28일~31일, 뮌헨 Messe München). https://www.escardio.org/news/press/press-releases/get-ready-for-esc-congress-2026/
- Deisenhofer I, et al., "Artificial intelligence for individualized treatment of persistent atrial fibrillation: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Nature Medicine, 2025-02-14 (TAILORED-AF, 187명 대 183명, 88% 대 70%, 시술 시간 178±60분 대 92±36분).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5-03517-w
- Volta Medical, "Volta Medical Announces FDA Clearance of Volta AF-Xplorer Software to Simplify Complex Atrial Fibrillation Procedures", 2023-05-18. https://www.globenewswire.com/news-release/2023/05/18/2672275/0/en/Volta-Medical-Announces-FDA-Clearance-of-Volta-AF-Xplorer-Software-to-Simplify-Complex-Atrial-Fibrillation-Procedures.html
- 경향신문, "세브란스, '펄스장 절제술' 국내 최초 1000례 돌파", 2026-07-23 (2024년 12월 국내 첫 시행, 시술 시간 1시간 안팎, 뇌졸중 0.2%·심장압전 0.4%·혈관 합병증 0.2%). https://www.khan.co.kr/article/202607231546021/
- Abulibdeh R, Cajas Ordóñez SA, Celi LA, et al., PLOS Digital Health 5(8), 2026-08-19 (FDA 허가 AI/ML 의료기기 1,357건 중 전향 임상시험 34건, 환자 중심 결과 3건). doi:10.1371/journal.pdig.0001597. https://journals.plos.org/digitalhealth/article?id=10.1371/journal.pdig.0001597
- 본 블로그, "정부는 왜 허가받은 의료 AI에 다시 돈을 댔나" (2026-08-10, AX-Sprint 컨소시엄 6곳 선정)
- 본 블로그, "메디케어가 패혈증 예측 AI에 건당 61.84달러를 붙였다" (2026-09-07, CMS NTAP)
- 본 블로그, "FDA가 AI 의료기기를 가르는 기준" (2026-06-01, CDS 가이던스 판단 기준)
- 본 블로그, "1,714억 투자하고 수가는 2,920원: 한국 의료 AI 산업의 구조적 모순" (2026-02-19, 급여 수가 4개 군 2,920원/1,810원/1,180원/310원, 비급여 상한 18,1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