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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AX 핫토픽신윤섭·2026년 6월 8일

애플이 구글에게 시리를 맡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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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의 마지막 무대

2026년 6월 8일 오전 10시, 팀 쿡이 WWDC 키노트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이었다. 애플은 4월에 이미 그의 퇴임 일정을 공개했다. 9월 1일부터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 존 터너스(John Ternus)가 CEO를 맡고, 쿡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다.

그러니 이날 발표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행사가 아니었다. 팀 쿡이 후임자에게 무엇을 넘겨주는지, 애플이 AI 시대를 어떻게 통과하려는지, 그 청사진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그 청사진의 중심에 있는 건 시리였다. 출시 이후 15년 내내 "왜 이렇게 못하냐"는 말을 들어온 바로 그 시리.


구글한테 맡긴 것들

발표의 핵심은 구글 Gemini로 구동되는 새 시리였다. 애플과 구글은 올해 1월 12일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고, 이번 WWDC에서 그 결과물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났다. 연간 약 10억 달러짜리 다년 계약으로, 구글의 커스텀 1.2조 파라미터 Gemini 모델이 시리의 클라우드 지능 백본을 맡는다.

1.2조 파라미터라는 숫자가 직감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GPT-4가 약 1.8조 파라미터급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가늠된다. 비유하자면, 지금까지의 시리가 매장 안내 키오스크 수준이었다면, 새 시리는 그 뒤에 세계 최상급 전문가 팀이 붙어 있는 구조다. 단발성 명령 처리기에서 맥락을 기억하고 여러 앱에 걸쳐 작업을 이어가는 어시스턴트로 바뀐다.

새 시리는 독립 앱으로 나온다. iMessage 스타일의 대화창, 사진·파일 첨부, 음성 전환, 기기 간 iCloud 동기화 히스토리. 개인 맥락 접근 기능도 생긴다. 이메일, 사진, 파일, 화면 위의 내용, 앱 간 데이터를 시리가 참조할 수 있게 된다. "지난주에 받은 견적서"를 시리가 알아서 찾아주는 수준이다.

당연히 생기는 의문이 있다. 내 이메일을 구글이 보는 거 아닌가?

애플의 설명은 이렇다. Gemini 쿼리는 계층화된 구조로 처리된다. 간단한 요청은 기기 위에서 완결되고, 중간 수준의 요청은 애플 자체 서버인 Private Cloud Compute로 올라가며, 가장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요청만 Gemini 모델에 닿는다. 그 Gemini 모델도 애플 실리콘 서버 위에서 돌아가며, 쿼리가 처리된 뒤 데이터는 보존되지 않는다. 계약상 구글은 애플 사용자의 쿼리를 미래 Gemini 학습에 쓸 수도 없다. 보안 연구자들이 실제 운영 서버의 소프트웨어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는 것도 강조했다.

이 구조가 실제로 얼마나 견고하게 유지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설계 의도 자체는 분명하다. 구글의 모델을 쓰되 구글이 데이터를 보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계층을 애플이 직접 소유하는 방식이다.


시리가 플랫폼이 되는 방식

이날 발표의 또 다른 축은 Extensions였다.

iOS 27부터 사용자는 시리의 Writing Tools, Image Playground 같은 AI 기능에 어떤 모델을 쓸지 직접 고를 수 있다. 설정 경로는 설정 앱 → Apple Intelligence & Siri → Extensions. 여기서 ChatGPT, Gemini, Claude, Grok 중 하나를 시스템 전체 기본값으로 지정하거나 기능별로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App Store에는 AI Extensions 전용 카테고리가 생기고, 사업자들은 기존 App Store 앱에 Extensions 지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이 생태계에 진입한다. iOS 8부터 적용해온 공유 시트, 위젯, 키보드 교체 방식과 같은 샌드박스 구조를 AI 모델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셈이다.

이걸 두 가지 방향으로 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항복"이라는 해석이다. 자체 모델로는 OpenAI나 구글을 따라잡지 못하겠으니 구글한테 핵심을 맡기고, 나머지 업체들도 들어오라고 문을 열었다는 것.

두 번째는 정반대다. 애플의 전략은 모델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모델이 돌아가는 기기 20억 대를 통제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어떤 AI를 고르든, 그 AI는 애플의 Extensions 프레임워크를 통과해야 한다. OpenAI도, Google도, Anthropic도 예외가 없다. iPhone에서 쓰이려면 애플 규칙을 따라야 하고, 애플이 허용한 방식으로만 작동해야 한다. 경쟁자들을 유통 채널 안에 가두는 구조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시장이 판가름하겠지만, 전략의 논리는 납득이 간다. 애플이 AI 기초 연구에서 OpenAI나 구글을 따라잡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그렇다면 어디서 가치를 만드느냐. 디바이스, 개인정보 보호 인프라, 20억 명의 사용자다.


OpenAI가 소송을 검토하는 이유

이 흐름을 제대로 읽으려면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24년 WWDC에서 애플은 ChatGPT를 시리에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iOS 18.2에서 처음 구현된 이 통합은 애플 생태계에서 ChatGPT가 수십억 달러의 구독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 위에 성립한 계약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ChatGPT 연결 기능은 찾기 어렵게 묻혔고, 사용자들이 해당 기능을 쓰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으며, 매출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올해 5월, 복수의 매체가 OpenAI가 애플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외부 로펌까지 선임해 계약 위반 통보 가능성을 따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돼 WWDC에서 애플은 구글 Gemini를 새 주력 파트너로 공개했고, ChatGPT는 Extensions의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포지셔닝됐다.

정면 파트너에서 비교 선택지로 밀려난 꼴이다.

다만 OpenAI는 "Extensions 자체가 소송의 이유는 아니다. 파트너십이 처음부터 독점 계약이 아니었으니까"라고 선을 그었다. 분쟁의 핵심은 경쟁 모델 허용 여부가 아니라, 2024년에 약속된 수준의 통합을 실제로 이행했느냐다. 기능을 찾기 어렵게 묻어두고, 사용자가 쉽게 도달할 수 없게 만든 것이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이 상황은 AI 업계 파트너십의 수명이 얼마나 짧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2024년의 "역사적 파트너십"이 2026년에는 소송 카드로 이어지고 있다.


규제 당국도 보고 있다

이 구조가 실제로 구현되면, 애플과 구글 모두 새로운 규제 시선 아래 놓이게 된다.

반독점 연구자들은 이 딜을 이미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 사건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의 기본값 설정 권한을 이용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실상 강제로 배포했다. 지금 애플이 하는 것도 구조는 비슷하다. 아이폰이라는 플랫폼의 기본 AI 어시스턴트로 Gemini를 탑재하고, 시리 호출 경로, UI, 라우팅 규칙을 모두 애플이 통제한다. 어떤 AI가 "기본값"이 되느냐는 실질적으로 막대한 사용자 접근성 차이를 만든다.

유럽에서는 디지털 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 관할 문제도 있다. 애플과 구글 모두 DMA 상 게이트키퍼로 지정돼 있고, AI 어시스턴트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배타적 계약은 DMA가 겨냥하는 행위 유형 중 하나다. Gemini를 시리 백본으로 고정하는 계약이 타사 AI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를 낳는지가 심사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애플로서는 Extensions 프레임워크가 이 우려를 어느 정도 방어한다. 구글만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라 Claude, ChatGPT, Grok도 같은 문으로 진입할 수 있고, 사용자가 직접 선택한다는 점에서 "개방형"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이 논리가 통할지는 규제 기관의 판단에 달려 있다.


경기장 주인의 전략

지금까지 AI 경쟁은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느냐"의 싸움이었다. OpenAI, Google, Anthropic, Meta가 매달 벤치마크 순위를 두고 경쟁하는 방식. WWDC 2026은 거기에 축을 하나 더했다. "누구의 기기에서 돌아가느냐."

애플은 모델 경쟁에서 한발 빠지는 대신, 모든 모델이 경쟁하는 경기장을 소유하는 쪽을 택했다. iOS 27이 9월에 출시되면, Extensions를 지원하는 AI 서비스들은 하루아침에 20억 명의 아이폰 사용자 앞에 선다. 단, 애플의 샌드박스 안에서만. 어느 AI를 고르든 아이폰이 그 허브가 되고, 애플은 허브의 규칙을 쓰는 쪽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아이폰 사용자 상당수가 지금도 시리를 거의 쓰지 않는다. "Hey Siri"를 불러도 원하는 답이 안 나온다는 경험이 쌓인 결과다. Extensions가 자리를 잡으면 평소 Claude를 쓰는 사람은 아이폰에서도 Claude를 기본으로, ChatGPT를 쓰는 사람은 ChatGPT를 기본으로 고를 수 있다. 시리의 품질 문제를 사용자가 직접 해결하는 구조다. 어시스턴트의 품질을 애플이 보증하는 게 아니라, 선택지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전환하는 것이다.

1.2조 파라미터짜리 Gemini가 시리를 움직이고, Claude와 ChatGPT가 Extensions로 경쟁하는 구조에서, 경기가 열리는 곳은 결국 아이폰이다. 팀 쿡이 이 판을 마지막 키노트에서 깔았고, 9월엔 존 터너스가 아이폰 17 발표 무대에 처음 선다. 그가 어떤 언어로 이 전략을 이어받는지가 이번 가을의 첫 번째 신호가 될 것이다. 규제 당국이 이 구조를 어떻게 읽는지는 그 이후의 이야기다.


출처: MacRumors, HeyGoTrade, LiveNewsChat, TechCrunch, Apple Newsroom, FelloAI, FourWeekMBA, NerdLevelTech, Phandroid, ChatForest

YS

신윤섭

데이너스 대표 | AI 교육 & AX 컨설팅

81개 이상의 AI/AX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50여 기업과 기관에서 강의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조직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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