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구글 딥마인드가 로봇용 AI인 Gemini Robotics 2를 공개했다. 발표문에 붙은 문구가 인상적이다. 로봇이 이제 "발끝부터 손끝까지" 움직인다는 것.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이 한 줄에 변화의 핵심이 다 들어 있다. 작년에 나온 1세대 모델은 사실상 상반신 로봇이었다. 테이블 앞에 고정된 채 팔과 손으로 물건을 집고 옮기는 정도가 잘하는 일의 전부였다. 다리는 없거나, 있어도 AI가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모델은 걷고, 쭈그려 앉고, 몸을 기울여 손을 뻗고, 어질러진 방을 치운다. 팔 하나를 조종하던 AI가 몸통과 다리까지 한꺼번에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로봇 이야기가 늘 그렇듯 데모 영상은 근사하지만, 이 발표에서 진짜로 봐야 할 것은 영상이 아니라 그 아래 깔린 구조와 숫자다.
팔만 움직이던 것과 온몸을 움직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왜 다리까지 다루는 게 그렇게 큰일일까. 그냥 관절 몇 개 더 붙이면 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실제로는 문제의 성격 자체가 바뀐다.
테이블 위에서 컵을 집는 로봇은 균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몸통은 어딘가에 단단히 고정돼 있으니, AI는 팔 끝을 어디로 보낼지만 계산하면 된다. 그런데 서 있는 휴머노이드가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우려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다. 이때 다리가 균형을 잡아주지 못하면 로봇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다. 즉 손을 뻗는 동작 하나에도 발목, 무릎, 허리, 어깨가 동시에 협력해야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은 이걸 의식하지 않고 하지만, 그건 우리 몸이 수십 개의 관절을 실시간으로 조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Gemini Robotics 2가 넘어선 지점이 바로 여기다. 팔의 목표 지점만 정하는 게 아니라, 그 동작을 하는 동안 온몸의 균형을 함께 잡는다. 걷고 쭈그리고 몸을 늘이는 동작을 물건을 다루는 손동작과 하나로 엮어 계산한다. 로봇 공학에서 오래 어려운 숙제였던 이 문제를 언어모델 계열의 AI가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게 이번 발표의 무게다.
하나가 아니라 셋을 내놓은 이유
이번 발표에서 놓치기 쉬운 대목은, 구글이 모델을 하나가 아니라 셋을 함께 냈다는 점이다.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지만 맡은 일이 완전히 다르다.
첫째는 그냥 Gemini Robotics 2다. 이 모델의 정체는 VLA, 즉 비전-언어-액션 모델이다. 말이 어렵지만 뜯어보면 단순하다. 눈으로 본 장면(비전)과 사람이 내린 지시(언어)를 받아서, 모터를 어떻게 움직일지(액션)로 바로 바꿔주는 모델이라는 뜻이다. 카메라 영상과 "저 컵을 선반에 올려놔"라는 말이 들어가면, 관절을 몇 도씩 어떻게 돌릴지가 출력으로 나온다. 눈과 근육을 잇는 신경 같은 역할이다.
둘째는 Gemini Robotics ER 2다. ER은 체화된 추론(Embodied Reasoning)의 약자로, 이쪽은 몸을 직접 움직이지 않고 머리 역할을 한다. "어질러진 방을 치워"라는 큰 지시를 받으면, 이걸 옷은 바구니에, 컵은 싱크대에, 책은 책상에 같은 작은 단계로 쪼개고, 순서를 짜고, 지금 어디까지 했는지를 챙긴다. 몇 분씩 걸리는 긴 작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게 이 모델의 일이다. 여러 대의 로봇이 함께 일할 때 교통정리를 하는 것도 여기서 맡는다.
정리하면 ER 2가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할지" 계획을 세우고, Robotics 2가 그 계획을 실제 관절의 움직임으로 옮긴다. 사람으로 치면 하나는 앞으로 할 일을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전두엽, 하나는 손발을 직접 움직이는 운동 신경인 셈이다. 이렇게 머리와 몸을 나눈 이유는 두 일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계획은 천천히 곱씹어도 되지만, 균형을 잡는 동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반응해야 한다. 한 모델에 두 속도를 억지로 욱여넣는 대신, 역할을 갈라 각자 잘하는 일만 시킨 것이다.

조용하지만 중요한 세 번째 모델
셋째 모델인 Gemini Robotics On-Device 2는 화려한 데모에 가려 덜 주목받지만, 실무 관점에서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조각이다.
이름 그대로 로봇 안에서(온디바이스) 직접 돌아가는 모델이다. 앞의 두 모델이 인터넷 너머 서버의 힘을 빌린다면, 이 모델은 로봇 하드웨어에 얹혀 혼자 작동한다. 네트워크를 거치지 않으니 명령을 주고받는 지연이 없다. 균형을 잡다가 0.5초를 기다려야 한다면 로봇은 이미 넘어진 뒤일 테니, 즉각 반응해야 하는 동작에는 이 방식이 맞다.
더 눈여겨볼 것은 새 로봇에 적응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이 모델이 "몇 시간, 200개 미만의 예시"만으로 처음 보는 형태의 양팔 로봇에 맞춰진다고 밝혔다. 이게 왜 대단한지는 기존 방식과 견줘보면 드러난다. 지금까지 로봇 하나를 새로 가르치려면 그 로봇 전용으로 수만, 수십만 번의 시연 데이터를 모아야 했다. 팔 길이가 다르고, 손가락 개수가 다르고, 센서 위치가 다르면 처음부터 다시였다. 그런데 200개 남짓한 예시로 낯선 몸에 적응한다는 건, AI가 특정 로봇의 몸에 종속되지 않고 "물건을 집는다"는 일 자체를 몸의 형태와 떼어내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로봇마다 AI를 새로 만들던 시대에서, 하나의 AI를 여러 몸에 갈아 끼우는 시대로 넘어가는 길목인 셈이다.
로봇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를 다룰 때
이번 세대에서 새로 강조된 능력이 하나 더 있다. 로봇 여러 대가 같이 일하는 상황을 다룬다는 점이다.
머리 역할을 하는 ER 2가 여기서 진가를 낸다. 창고에서 큰 짐을 옮기는 일을 떠올려보자. 한쪽을 로봇 A가 들고 반대쪽을 로봇 B가 드는데, A가 먼저 성큼 움직여버리면 짐이 기울어 떨어진다. 두 로봇이 서로의 속도와 위치를 맞춰야 하는데, 각자 자기 판단만으로는 이 조율이 안 된다. ER 2는 전체 작업을 내려다보며 누가 먼저 무엇을 하고 언제 기다릴지를 정하는 관제탑 노릇을 한다. 사람 여럿이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 "하나 둘 셋" 하고 구령을 붙이는 것과 같은 역할을, AI가 로봇들 사이에서 맡는 것이다.
이게 왜 의미가 있냐면, 현실의 물류나 제조 현장은 로봇 한 대로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러 로봇을 함께 쓰려면 사람이 동선을 미리 짜서 서로 부딪히지 않게 엄격히 구획을 나눠야 했다. 로봇들은 정해진 자기 구역 안에서만 움직이는 붙박이에 가까웠다. 반면 AI가 팀을 실시간으로 조율할 수 있다면, 로봇들이 상황을 봐가며 서로 역할을 나누고 자리를 바꾸는 유연한 협업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건 아직 방향이고, 벤치마크가 증명하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머리와 몸을 분리한 이번 구조가 왜 그렇게 설계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긴 하다. 팀을 지휘하는 판단은 한곳에 모으고, 몸을 움직이는 반응은 각 로봇에 흩어두는 편이 자연스럽다.
벤치마크 숫자를 곧이곧대로 읽으면
발표에 딸린 성능 수치는 감탄과 냉정함을 동시에 요구한다. 인상적인 대목부터 보자. Apptronik의 Apollo 2라는 휴머노이드에 특수 손을 달고 전구를 돌려 빼는 작업에서 92% 성공률을 기록했다. 전구를 빼려면 몸의 균형을 잡은 채 손끝으로 섬세하게 돌려야 하니, 앞서 말한 전신 협응이 실제로 된다는 증거다.
그런데 같은 표의 다른 칸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구를 빼는 건 92%였지만, 도로 끼우는 작업은 36%에 그쳤다. 쓰레기봉투 입구를 묶는 일은 44%였다. 물건을 집는 기본 작업도 위치에 따라 편차가 크다. 테이블 위 물건은 68.4%, 선반 위는 76.3%로 그럭저럭이지만,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건 45.7%다. 바닥에서 줍는 동작이 유독 낮은 건 우연이 아니다. 그게 바로 무게 중심이 가장 크게 흔들리는, 온몸의 균형이 제일 필요한 동작이기 때문이다.

이 숫자들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절반쯤 실패하는 로봇을 공장이나 가정에 들일 수는 없다. 열 번 중 네 번 봉투를 못 묶는 일꾼은 아직 일꾼이 아니다. 동시에, 작년까지 다리를 아예 다루지 못하던 AI가 전신을 조율해 전구를 빼는 데 열 번 중 아홉 번 성공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이 발표는 "로봇 가사도우미가 곧 온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동안 막혀 있던 전신 제어라는 벽에 처음으로 유의미한 균열이 생겼다"는 이야기로 읽는 게 정확하다. 구글 스스로도 섬세한 손동작은 여전히 장기 과제라고 못 박았다.
힘이 세질수록 따라붙는 안전 장치
이번 발표에서 성능만큼 공들여 설명한 부분이 안전이다. 이건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AI에서는 성격이 다른 문제다.
챗봇은 틀린 답을 내놓아도 사람이 걸러 읽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팔다리를 가진 로봇이 판단을 잘못하면 그 결과가 바로 물리적 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구글은 로봇이 사람이 다가오면 자동으로 동작을 멈추게 했고, 애매한 상황에서는 스스로 밀어붙이는 대신 사람에게 개입을 요청하게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몸을 움직이는 VLA 모델이 위험해 보이는 명령을 받았을 때, 머리 역할을 하는 쪽에서 그 명령을 거부할 수 있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머리와 몸을 나눈 구조가 안전장치로도 쓰이는 셈이다. 이 안전 능력을 재려고 ASIMOV라는 이름의 별도 평가 기준까지 함께 내놨다. 로봇 3원칙을 쓴 아이작 아시모프에서 따온 작명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이 발표를 두고 "곧 집집마다 로봇이 청소를 한다"고 말하는 건 숫자를 안 본 이야기다. 반대로 "데모용 쇼일 뿐"이라고 깎아내리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실제로 달라진 것은 로봇 개발이라는 일의 무게 중심이다.
그동안 로봇을 움직이려면 사람이 동작 하나하나를 저수준 코드로 짜야 했다. 어떤 관절을 몇 도, 어떤 순서로 돌릴지를 손으로 지정하는 식이다. Gemini Robotics 2가 그리는 그림은 다르다. 사람은 "방을 치워"라는 높은 수준의 목표와 넘지 말아야 할 안전 규칙을 정하고, 세부 동작은 AI가 스스로 계획해 채운다. 로봇 개발자의 일이 모터를 직접 제어하는 쪽에서, 목표를 정의하고 안전 경계를 긋고 결과를 검증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기에 온디바이스 모델의 빠른 적응까지 더하면, 로봇마다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던 부담도 줄어든다.
구글이 이걸 자사 로봇 하나에 가두지 않고 Apptronik의 Apollo, Franka, 보스턴 다이내믹스 같은 여러 제조사의 로봇에 얹어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정 하드웨어에 묶인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여러 몸에 갈아 끼우는 공통 두뇌를 지향한다는 신호다. 이 방향이 어디까지 갈지는 결국 저 벤치마크의 낮은 칸들, 바닥에서 물건을 줍는 45.7%와 봉투를 묶는 44%가 언제쯤 90%를 넘느냐에 달렸다. 그 숫자가 올라오는 속도가 곧 로봇이 데모 영상 밖으로 걸어 나오는 속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