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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비즈니스신윤섭·2026년 2월 21일

쓰리빌리언, 희귀질환 AI 진단으로 미국 시장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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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희귀질환 환자는 약 3억 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5년 넘게 진단조차 받지 못한다. 쓰리빌리언은 유전변이 10만 개를 5분 안에 분석하는 AI로 이 병목을 깨고 있다. 서울대병원 3,317명 임상에서 기존 검사 대비 진단율을 14.6%p 올렸고, 2025년 매출 1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성장을 찍었다. 다음 무대는 미국이다.

5년을 헤매는 환자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 한국은 유병 인구 2만 명 이하, 미국은 20만 명 이하인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분류한다. 개별 질환은 드물지만 종류가 7,000종이 넘어서, 다 합치면 전 세계 환자가 약 3억 명이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유전적 원인을 안고 있다.

진짜 문제는 진단에 있다. 환자가 정확한 병명을 듣기까지 평균 5~7년이 걸린다. 그 사이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고, 맞지 않는 약을 먹고, 증상은 나빠진다. 오진율이 50%를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의사 한 명이 7,000개 질환을 전부 꿰뚫기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고, 같은 유전자 변이가 질환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이 돌파구를 열었다. 환자의 DNA를 통째로 읽어서 원인 변이를 찾는 방식이다. 그런데 한 사람의 유전체에서 나오는 변이가 400만~500만 개에 달한다. 대부분은 무해하고, 실제로 병을 일으키는 변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 소수를 골라내는 과정이 유전체 분석의 핵심이자 병목이었다. 숙련된 유전학 전문가가 변이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판독해야 했고, 환자 한 명당 수 시간에서 며칠이 걸렸다.

쓰리빌리언은 이 병목에 AI를 들이밀었다.

EVIDENCE와 3ASC가 하는 일

쓰리빌리언 EVIDENCE·3ASC 기술 성능 비교
쓰리빌리언 EVIDENCE·3ASC 기술 성능 비교

쓰리빌리언은 2018년 매크로젠 임상진단 부문에서 갈라져 나온 회사다. 매크로젠은 국내 유전체 분석 1세대 기업이다. 대표는 금창원. 현재 50개국 260여 병원에 서비스를 공급하며, 2024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제품은 두 가지로 나뉜다.

EVIDENCE는 클라우드 기반 희귀질환 진단 플랫폼이다. 환자의 NGS 데이터를 넣으면 AI가 약 10만 개 유전변이의 병원성을 5분 안에 분석하고 진단 보고서를 자동으로 만든다. 병원성이란 해당 변이가 실제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을 뜻한다. 정확도 99.4%. 원래 유전학 전문가가 몇 시간씩 매달려야 했던 작업인데, 쓰리빌리언 측 설명에 따르면 의료 인력 소요를 99% 줄였다고 한다. WES(전장엑솜분석)와 WGS(전장유전체분석)를 모두 지원하고, 7,000종 이상의 희귀질환을 단일 검사로 스크리닝한다. 무제한 재분석 기능이 붙어 있어서, 새로운 질환-유전자 연관성이 밝혀질 때마다 과거 환자 데이터를 다시 돌릴 수 있다는 점이 실무적으로 쓸모가 크다.

3ASC는 변이 우선순위화 모델이다. EVIDENCE가 변이 전체를 훑는 플랫폼이라면, 3ASC는 그 가운데 질환 원인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변이를 추려내는 AI 엔진이다. 상위 5개 후보 안에 실제 원인 변이가 포함될 확률, 즉 Top-5 정확도가 98.1%다.

3ASC가 이름을 알린 계기는 CAGI6다. NIH(미국 국립보건원)가 후원하는 유전변이 해석 글로벌 경진대회인데, 여기서 구글 딥마인드 팀을 제치고 우승했다. 이듬해 CAGI7에서도 FGFR(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 변이 예측 부문 최우수팀으로 뽑혔다. 대회 성적만이 아니다. 캐나다 SickKids 병원에서 기존 분석으로 진단에 실패한 환자 79명의 데이터를 3ASC로 다시 돌렸더니, 새로운 원인 변이가 나왔다.

경쟁사와 비교해 보면 맥락이 선명해진다. 미국 GeneDx는 희귀질환 유전체 진단의 글로벌 1위로, 나스닥에 상장돼 있고 미국 내 보험 급여 네트워크가 가장 넓다. 그런데 쓰리빌리언 측 발표에 따르면, 3ASC가 GeneDx 대비 Top-10 유전자 정확도에서 83% 이상 앞선다. 기술 성능만 놓고 보면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 지배자를 이기고 있는 셈이다. 물론 기술과 시장은 다른 이야기인데,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짚겠다.

서울대병원 3,317명으로 본 실전 성적

서울대병원 3,317명 WGS 임상 결과: 진단율 46.2%, 치료 변화 18.5%
서울대병원 3,317명 WGS 임상 결과: 진단율 46.2%, 치료 변화 18.5%

대회 우승이나 논문 한 편으로는 의료 AI의 가치를 입증하기 어렵다. 결국 실제 환자에게 차이를 만들어냈는지가 잣대다.

쓰리빌리언은 서울대병원과 함께 대규모 임상 연구를 진행했고, 결과가 Nature 계열 저널인 npj Genomic Medicine에 실렸다. 대상은 한국인 희귀질환 1,452가구, 총 3,317명의 WGS 데이터다. 국내 단일 기관으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전체 진단 성공률은 46.2%다. 신경근육질환이 62.4%, 신경발달장애가 49.2%로 높았다. 46.2%라는 숫자만 보면 절반도 안 되지만, 이 환자군은 이미 기존 진단 경로에서 답을 못 찾은 사람들이다. 기존 검사 대비 14.6%p 높아졌다는 것은, 종전이라면 미진단으로 남았을 환자 10명 중 약 1.5명이 추가로 진단받게 됐다는 뜻이다.

수치보다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진단받은 환자의 18.5%에서 실제 치료 전략이 바뀌었다. 맞춤 약물 처방이 시작되거나, 불필요한 검사가 중단되거나, 유전 상담과 가족계획이 새로 설계됐다. 희귀질환에서 진단이란 단순히 병명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방향으로 치료할지를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18.5%라는 수치는 AI 진단이 치료에까지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가 된다.

이 연구에는 부수적 성과도 있었다. 한국인에게 빈번한 변이 패턴이 대규모로 축적되면서, 한국인 대상 정밀의학의 기초 데이터가 마련됐다.

3년 연속 2배, 매출 117억의 의미

쓰리빌리언 3년 연속 2배 매출 성장: 29억→58억→117억
쓰리빌리언 3년 연속 2배 매출 성장: 29억→58억→117억

재무 추이는 단순명쾌하다.

연도매출영업손실영업손실률
2023~29억원--
2024~58억원-74억원128%
2025117억원-59억원50%

29억 → 58억 → 117억. 3년 연속 전년 대비 2배다. 2025년 실적은 당초 목표 90억원을 30%나 초과했다.

매출 성장보다 더 눈에 띄는 건 적자 폭의 변화다. 2024년에는 매출 58억원에 영업손실 74억원이었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았다. 영업손실률 128%. 그런데 2025년에 매출이 117억으로 뛰면서 손실은 59억으로 줄었다. 손실률이 128%에서 50%로 반 토막 났다. 매출 성장 속도가 비용 증가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67.4%라는 점도 짚어둘 만하다. 50개국 260여 병원에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으니 특정 시장에 기대지 않는 구조인데, 여기서 포인트는 미국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보험 급여 매출이 붙기 시작하면 해외 매출 비중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회사가 내건 장기 목표는 5년 내 매출 1,000억원이다. 현재 궤적이 이어지면 숫자 자체는 도달 가능한 범위에 있다. 다만 매년 2배 성장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2026년 매출 전망은 200억원 이상이며, 미국 보험 급여 매출이 하반기에 본격화되면 분기 흑자도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스틴 랩과 미국 보험 급여라는 관문

쓰리빌리언 미국 시장 진출 로드맵: 텍사스 법인→CLIA 인증→보험 급여
쓰리빌리언 미국 시장 진출 로드맵: 텍사스 법인→CLIA 인증→보험 급여

쓰리빌리언에게 미국은 가장 큰 시장이면서, 동시에 기술력을 증명할 무대이기도 하다.

전 세계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 시장 규모가 71조원으로 추산되고, 이 중 미국이 약 4조원이다. 시장 규모 자체도 크지만, 핵심은 보험 급여 구조다. 유전체 검사가 보험에 들어가면 환자 부담이 급격히 줄고 검사 수요가 몰린다. GeneDx가 미국에서 압도적인 이유가 바로 이 보험 급여 네트워크를 먼저 깔았기 때문이다.

쓰리빌리언은 2025년 10월 텍사스 오스틴에 미국 법인을 세웠다. 오스틴시와 "Chapter 380 경제 개발 협약"을 맺어 인센티브도 확보했다. 이곳에 유전체 분석 랩을 짓고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1차 목표고, 북미와 남미를 동시에 커버하는 글로벌 영업 거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미국에서 유전체 검사 랩을 돌리려면 CLIA 인증이 필수다. CLIA(Clinical Laboratory Improvement Amendments)는 미국 임상검사실의 품질 기준인데, 이게 없으면 미국 환자의 검체를 아예 검사할 수 없다. 쓰리빌리언은 이미 한국 실험실에서 미국 CLIA 인증을 받아 놓은 상태라, 인증 프로세스 자체에는 익숙하다. 다만 새 시설에 대한 인증은 별개 절차이므로, 이 부분은 뒤에서 리스크로 다시 다루겠다.

타이밍 면에서 유리한 바람도 불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AAP)가 2025년 6월에 희귀질환 진단에 NGS 분석을 권고하는 지침을 냈다. 학회가 공식적으로 "유전체 분석을 해라"라고 선언한 것인데, 이런 권고는 보험사가 급여를 확대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실제로 메디케이드(미국 저소득층 공보험)를 중심으로 희귀질환 유전체 검사 급여가 넓어지는 추세다.

미국 유전자 검사 기업 소마젠(Sema4)과의 협력도 채널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소마젠이 갖고 있는 미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 접근성을 높이려는 구도다.

오스틴 랩 구축, CLIA 인증, 보험 급여 매출 발생. 이 세 단계가 쓰리빌리언의 미국 진입 순서다. 목표 시점은 2026년 하반기.

넘어야 할 것들

기술력과 임상 근거가 있다고 시장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첫째, 오스틴 랩의 CLIA 인증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 실험실에서 미국 CLIA를 갖고 있다는 건 인증 역량이 있다는 뜻이지, 새 시설이 자동으로 통과된다는 뜻이 아니다. 시설 검증과 인력 자격 확인, 품질관리 체계 구축에 시간이 든다. 인증이 밀리면 보험 급여 매출도 같이 밀린다.

둘째, GeneDx라는 벽이다. 미국에서 희귀질환 유전자 검사를 하면 일단 GeneDx로 보내는 것이 관행에 가깝다. 보험 급여 네트워크, 의사와 환자의 인지도, 수십 년간 쌓인 검사 데이터까지 모두 앞서 있다. AI 모델 정확도가 높다고 해서 미국 병원이 기존 공급자를 바꾸지는 않는다. 가격, 서비스 응답 속도, 보험 처리 편의성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여러 겹이다.

셋째, Invitae의 행방이다. 한때 미국 유전자 검사 시장을 주름잡다가 2023년 파산 신청을 낸 회사인데, 재편 과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에 따라 경쟁 지형이 흔들릴 수 있다.

넷째, 흑자 전환 시점이 아직 안 보인다. 영업손실률이 128%에서 50%로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다. 미국 랩 투자와 인력 확충, 글로벌 영업 확대에 돈이 계속 들어간다. 2026년 하반기 분기 흑자 가능성을 회사가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미국 매출이 제때 나온다는 전제 아래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쓰리빌리언의 현재 위치는 독특하다. Nature가 2026년 2월 "AI succeeds in diagnosing rare diseases"라는 기사를 실었을 만큼, AI 희귀질환 진단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3억 명의 환자, 80% 이상의 유전적 원인, 평균 5~7년의 진단 지연. 이 시장에서 AI의 가치는 이미 임상으로 증명됐다.

기술 검증은 됐다. 남은 건 사업 검증이다. 오스틴 랩이 가동되고, CLIA 인증이 나오고, 보험 급여가 현실이 되는 2026년 하반기에 답이 나올 것이다.

출처

  • npj Genomic Medicine (Nature 계열), 서울대병원-쓰리빌리언 공동연구: 한국인 희귀질환 1,452가구 3,317명 WGS 분석
  • CAGI6/CAGI7 (NIH 후원 유전변이 해석 글로벌 경진대회) 결과
  • 쓰리빌리언 2025년 실적 발표 (매출 117억원, 영업손실 59억원)
  • 블로터, "쓰리빌리언, 글로벌 희귀질환 진단 시장 71조원"
  • 미국소아과학회(AAP) NGS 분석 권고 지침 (2025.06)
  • Nature (2026.02) "AI succeeds in diagnosing rare diseases"
  • 쓰리빌리언 IR 자료: 오스틴 법인 설립, CLIA 인증, 미국 보험 급여 전략
<!-- polished: 2026-02-21 -->
YS

신윤섭

데이너스 대표 | AI 교육 & AX 컨설팅

81개 이상의 AI/AX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50여 기업과 기관에서 강의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조직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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