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비즈니스로 돌아가기
의료 AI 비즈니스신윤섭·2026년 2월 23일

루닛 INSIGHT, 논문 100편으로 쌓아올린 임상 근거의 해부학

공유

루닛 INSIGHT 제품군에는 100편 이상의 peer-reviewed 논문이 붙어 있다. Lancet Digital Health에 실린 세계 최초 전향적 유방암 검진 AI 연구, Radiology의 head-to-head 비교에서 기록한 AUC 0.93, 그리고 FDA Breakthrough Device 지정. 한국 AI 기업 하나가 글로벌 임상 근거를 쌓아온 과정을 뜯어본다.

이중 독영이라는 인력 함정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유방암 검진에 이중 독영(double reading) 체계를 쓴다. 유방촬영 영상을 방사선과 전문의 2명이 각자 판독하고, 의견이 갈리면 합의를 거친다. 단일 독영보다 암 검출률이 5~15% 높다는 근거가 이 체계를 지탱해왔다.

대가가 있다. 같은 영상을 두 사람이 읽으니, 같은 인력으로 절반의 검진량만 소화할 수 있다. 영국 Royal College of Radiologists가 2023년에 낸 보고서를 보면, NHS 방사선과 전문의 충원율이 정원 대비 29% 모자란다. 스웨덴도 비슷한 처지라 유방촬영 검진 대기 시간이 늘고 있다.

"AI가 전문의 한 명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여기서 나온다. 학술적 호기심이 아니라, 인력이 빠지면서 검진 체계 자체가 흔들리는 현실에서 나온 질문이다. 이 질문에 가장 조직적으로 근거를 쌓아온 기업이 루닛이다.

ScreenTrustCAD 연구 결과: 세계 최초 전향적 유방암 검진 AI 연구
ScreenTrustCAD 연구 결과: 세계 최초 전향적 유방암 검진 AI 연구

ScreenTrustCAD: 55,581명이 만든 전향적 근거

루닛 INSIGHT MMG의 임상 근거 가운데 무게가 가장 큰 것은 ScreenTrustCAD 연구다. 2023년 Lancet Digital Health에 실렸고, 세계 최초로 AI를 국가 유방암 검진 프로그램의 독립 판독자로 넣은 전향적(prospective) 연구다.

"전향적"이라는 단어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있다. 의학의 근거에는 위계가 있다. 이미 모인 데이터를 소급해서 분석하는 후향적(retrospective) 연구는 결과를 알고 시작하기 때문에 선택 편향이 끼어들 여지가 크다. 전향적 연구는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므로 편향이 줄어든다. 의료 AI 쪽에서 "성능이 좋다"는 후향적 논문은 수백 편이 넘는다. 실제 검진 현장에서 전향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Capio S:t Goran Hospital, 2021년 4월부터 2022년 6월까지, 55,581명. 연구 책임자는 Karolinska Institutet의 Fredrik Strand 교수다. 기존대로 전문의 2명이 독립 판독하면서, 동시에 루닛 INSIGHT MMG를 세 번째 판독자로 투입했다.

숫자가 말해준다. AI와 전문의 1인이 함께 읽었을 때 암 검출률(CDR)은 1,000명당 4.7건. 전문의 2인의 이중 독영은 4.5건. AI가 전문의 한 명을 대체해도 검출률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소폭 올랐다. 리콜률(추가 검사를 위해 다시 부르는 비율)은 AI+전문의 1인 조합이 2.8%로, 이중 독영의 2.93%보다 낮았다. AI 혼자 판독하면 리콜률이 1.55%까지 내려간다. 이중 독영 대비 47.1% 감소다.

이 연구가 논문으로 그치지 않았다는 대목이 더 눈에 띈다. Capio S:t Goran Hospital은 2023년 중반부터 AI를 독립 판독자로 실전 배치했다. 세계 최초다. 논문 결론이 현실의 워크플로를 뒤바꾼 사례다. "검증"과 "도입" 사이의 간극을 좁힌 것으로, 다른 국가 검진 프로그램에서 AI 도입을 검토할 때 참조점이 된다.

후속 근거: 업무량 절반, 조기 진단 40%

ScreenTrustCAD 이후로도 데이터가 쌓였다.

Radiology에 실린 후속 연구(Karin Dembrower 연구팀, 약 55,000명)는 판독 시나리오를 더 잘게 나눠 분석했다. AI 단독 판독의 양성예측도(PPV)가 22%였다. 전문의 1인 단독은 3.4%다. 여섯 배가 넘는 차이다. PPV가 높다는 것은, 양성 판정을 받고 추가 검사를 하러 온 환자가 실제로 암인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불필요한 재검사가 줄어든다. AI와 전문의 1인을 조합하면 PPV 25%, 전문의 2인에 AI를 더하면 34.2%까지 올라갔다.

덴마크 대규모 연구는 숫자를 더 구체적으로 찍었다. 이중 독영에서 전문의 한 명을 AI로 바꾸면 방사선과 업무량이 약 50% 줄어든다. 첫 번째 전문의 대체 48.8%, 두 번째 대체 48.7%, 둘 다 대체 49.7%. 세 시나리오 모두에서 검출 정확도는 유지되거나 나아졌다. 인력 부족으로 이중 독영을 유지하기 힘든 국가에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는 근거다.

루닛 자체 발표에 따르면, INSIGHT MMG는 유방암의 최대 40%를 기존보다 일찍 발견할 수 있다. 고밀도 유방에서 정확도 5% 향상, 지방 유방에서 12% 향상. 고밀도 유방은 아시아 여성에서 비율이 높다(약 40%). 이 집단에서의 성능이 루닛의 아시아 시장 경쟁력과 직결된다.

2024년 12월에는 실전 1년 차 결과가 공개됐다. Capio S:t Goran Hospital에서 AI 독립 판독을 도입한 이후 12개월간의 실제 임상 데이터가 확인됐다. 전향적 연구의 결론이 일상 운영에서도 재현된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RSNA 2024에서도 스웨덴 검진 데이터 기반의 "AI+전문의 1인이 전문의 2인보다 정확하다"는 결론이 다시 확인됐다.

INSIGHT CXR 성능 벤치마크: AUC 0.93
INSIGHT CXR 성능 벤치마크: AUC 0.93

INSIGHT CXR: AUC 0.93이라는 벤치마크

유방촬영 쪽이 INSIGHT MMG라면, 흉부 X-ray 쪽은 INSIGHT CXR이다. 흉부 X-ray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찍히는 의료 영상이다. 연간 촬영량이 수십억 건에 달하는데, 판독 오류율이 20~30%라는 연구가 있다. 작은 결절이나 초기 폐렴을 놓치는 일이 생각보다 잦다.

루닛이 INSIGHT CXR 관련으로 쌓은 논문만 55편이 넘는다. Lancet Digital Health, JAMA Oncology, Radiology에 실린 것들이 포함된다.

Radiology에 게재된 head-to-head 비교가 대표적이다. 여러 AI 벤더의 흉부 X-ray 판독 알고리즘을 같은 데이터셋으로 직접 겨뤘다. INSIGHT CXR의 AUC(Area Under the Curve)가 0.93으로 참가 AI 중 최고였다. AUC는 진단 검사의 종합 성능을 0에서 1 사이로 나타내는 지표다. 0.9를 넘으면 "탁월(excellent)" 등급에 해당한다. 민감도 89%로 모든 AI 중 가장 높았고, 특이도 80%는 인간 판독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FDA 510(k) 승인은 CXR Triage가 먼저 받았다(K211733). 흉부 X-ray에서 흉막삼출, 기흉 같은 긴급 소견을 자동으로 잡아내 우선 판독 대상으로 올리는 제품이다. 민감도 94~96%, 특이도 95~99%. 이 수치로 FDA 심사를 통과했다.

2025년 5월에는 차세대 제품 INSIGHT CXR4가 나오면서 CE MDR 인증을 받았다. INSIGHT CXR 시리즈는 현재 65개국, 6,500개 이상 의료기관에서 돌아가고 있다.

루닛 유방암 AI 포트폴리오: 검출에서 예측으로
루닛 유방암 AI 포트폴리오: 검출에서 예측으로

검출 다음은 예측: INSIGHT Risk와 Volpara

루닛 포트폴리오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검출"에서 "예측"으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INSIGHT MMG와 CXR는 이미 생긴 병변을 찾는다. INSIGHT Risk는 접근이 다르다. 유방촬영 영상 한 장으로 향후 5년 내 유방암 발생 위험을 예측한다. 별도 설문이 필요 없다. 기존 위험 평가 모델인 Tyrer-Cuzick이나 Gail은 가족력, 생활습관 등을 환자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INSIGHT Risk는 이미 촬영된 영상에서 위험 신호를 읽어낸다. 미국 암 통계 데이터베이스인 SEER로 보정한 5년 절대 위험도를 제공하는 최초의 AI 제품이다.

기술 원천이 흥미롭다.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의 Graham Colditz 교수, Shu (Joy) Jiang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것을 루닛이 인수해 제품화했다. 한국 기업이 미국 대학 연구실의 원천기술을 가져와 상용화하는 구조다.

2025년 4월 FDA 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됐다. 이 지정은 "기존 대안 대비 실질적 이점이 있을 가능성"을 FDA가 인정하는 것이다. 지정을 받으면 심사 과정에서 FDA와 더 자주, 더 깊게 소통할 수 있고, 심사 일정이 빨라질 수 있다. 루닛은 여기에 더해 FDA TAP(Total Product Lifecycle Advisory Program)에도 들어가 있다. 개발 초기부터 FDA와 계속 조율하면서 허가를 준비하는 것이다. 2025년 12월 8일 510(k)를 냈고, 2026년 안에 허가받는 것이 목표다.

Volpara 인수가 여기에 맞물린다. 루닛은 2024년 5월 뉴질랜드 유방건강 소프트웨어 기업 Volpara를 $193M(약 2,600억원)에 인수했다. Volpara는 유방 밀도 평가와 스크리닝 워크플로 관리 도구를 만드는 회사로, 미국 2,000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전략적 셈법은 명확하다. Volpara의 기존 고객에게 INSIGHT MMG(검출)와 INSIGHT Risk(예측)를 얹어서 판다. 유방 밀도 평가(Volpara)에서 AI 검출(MMG)로, 다시 위험 예측(Risk)으로 이어지는 유방암 관리 전 주기를 한 플랫폼 안에 넣는 구조다. Volpara Risk Pathways와 INSIGHT Risk를 합치면 평가, 영상 판독, 리포팅, 장기 추적이 하나의 워크플로로 연결된다.

수치로 보자. 인수 1년 만인 2025년 5월, 루닛은 미국에서 연간 100만 건 넘는 유방촬영을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200개 이상 이미징 센터, 350~400명 방사선과 전문의가 사용 중이다. 2025년 8월에는 미국 영상진단 기업 Akumin이 INSIGHT DBT를 전미 규모로 들여왔다. 11월에는 Volpara 브랜드가 공식적으로 Lunit으로 바뀌었다.

인수의 재무적 후유증(1,715억원 CB 풋옵션, 2,500억원 유상증자)은 이미 별도 글에서 다뤘으므로(루닛 vs 뷰노 실적 분석, 2026-02-18) 여기서는 넘어간다. 다만 임상 전략 관점에서, 이 인수가 "근거를 쌓은 제품을 대량으로 깔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한 거래였다는 점은 짚어둔다.

논문 100편이 만든 해자

2024년 5월 기준, 루닛 INSIGHT 제품군의 peer-reviewed 논문이 100편을 넘었다.

의료 AI 기업이 "우리 알고리즘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쉽다. 글로벌 최상위 저널에 독립 연구팀이 검증한 결과를 100편 넘게 축적하는 것은 성격이 다른 작업이다. 논문 한 편에 연구 설계부터 데이터 수집, 분석, peer review까지 최소 6개월에서 2년이 걸린다. 100편이라는 숫자에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응축돼 있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격차가 드러난다. iCAD ProFound AI는 3D DBT에 특화돼 있지만, 전향적 대규모 검진 연구의 축적 깊이에서 루닛에 미치지 못한다. Therapixel MammoScreen은 프랑스 기반으로 FDA 승인을 받았으나 논문 볼륨이 다르다. ScreenPoint Medical의 Transpara는 위험 스코어링이 강점인데, 독립 판독자로서의 전향적 검증은 루닛이 앞선다. Vara AI는 독일과 유럽 데이터에 강하지만 글로벌 스케일에서는 차이가 난다.

논문 수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 논문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두 곳이다. 하나는 FDA 510(k) 심사 테이블이다. 임상 근거가 두터울수록 승인 확률이 올라간다. 다른 하나는 병원 구매 위원회(Value Analysis Committee) 회의실이다. 새 소프트웨어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이 제품을 뒷받침하는 독립 연구가 몇 편이냐"가 핵심 기준이 된다. 100편의 논문은 후발 주자가 2~3년 안에 따라잡기 어려운 해자(moat)다.

루닛의 글로벌 임상 검증 로드맵
루닛의 글로벌 임상 검증 로드맵

학회에서 매출까지, 하나의 경로

루닛이 그려온 궤적에서 하나의 패턴이 읽힌다. 한국 AI 기업이 글로벌 의료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경로다.

RSNA, ECR 같은 글로벌 학회에서 연구를 발표해 학계에 이름을 알린다. Lancet Digital Health, Radiology, JAMA Oncology 같은 IF 높은 저널에 논문을 싣는다. 이 학술적 근거를 토대로 FDA 승인을 받는다. FDA 승인과 논문을 들고 병원 문을 두드린다. 결국 매출이 된다.

루닛의 2025년 매출 831억원 중 해외가 92%, 768억원이다. 이 숫자는 위 경로가 실제로 돌아간다는 증거다. 2025년 12월에는 월 기준 EBITDA 흑자를 찍었고, 2026년에는 매출 40~50% 성장과 연말 EBITDA 흑자 전환을 목표로 잡았다.

물론 경로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Volpara 인수의 재무 부담은 현실이고, 미국 시장에서 교차 판매가 IR 자료의 그래프만큼 깔끔하게 진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INSIGHT Risk의 FDA 허가 시기, 실제 임상 도입 속도도 아직 변수다. 그러나 100편 넘는 논문, 세계 최초 전향적 검진 연구, 6,500개 기관의 실전 데이터라는 축적된 근거는 이 변수들이 풀릴 때 가속 페달 역할을 할 기반이다.

출처

  • ScreenTrustCAD Study, Lancet Digital Health (2023). Fredrik Strand et al., Karolinska Institutet. 55,581명 전향적 연구.
  • Radiology 후속 연구, Karin Dembrower et al. 55,000명 시나리오 분석.
  • Radiology head-to-head 비교: INSIGHT CXR AUC 0.93.
  • Lunit 100편 논문 마일스톤 발표 (2024.5).
  • INSIGHT Risk FDA Breakthrough Device 지정 (2025.4), 510(k) 신청 (2025.12.8).
  • Volpara 인수 ($193M, 2024.5), 브랜드 통합 (2025.11).
  • 루닛 2025 연간 실적: 매출 831억원, 해외 92%.
  • Akumin, INSIGHT DBT 전미 도입 (2025.8).
  • 덴마크 연구: 이중 독영 AI 대체 시 업무량 50% 감소.
YS

신윤섭

데이너스 대표 | AI 교육 & AX 컨설팅

81개 이상의 AI/AX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50여 기업과 기관에서 강의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조직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AI 교육이 필요하신가요?

조직에 맞는 맞춤형 AI/AX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해드립니다. 커리큘럼 상담부터 시작해보세요.

같은 주제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