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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비즈니스신윤섭·2026년 2월 23일

Viz.ai, 메타분석 15,595명이 증명한 31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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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z.ai 근거 피라미드 7년 여정
Viz.ai 근거 피라미드 7년 여정

핵심 요약

  • 2025년 발표된 메타분석(12개 연구, 15,595명)에서 Viz.ai 도입 후 CT-to-EVT 시간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SMD -0.71, p < 0.001).
  • ISC 2025 발표: 474명 다기관 연구에서 치료시간 평균 31분 단축, LVO 진단까지 시간 44% 감소.
  • 2018년 FDA 최초 AI 뇌졸중 triage De Novo 승인 이후 7년간 근거 피라미드를 단계적으로 올라온 대표 사례.

뇌졸중에서 1분이 뜻하는 것

"Time is Brain." 뇌졸중 치료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다. 대형 혈관 폐색(Large Vessel Occlusion, LVO) 뇌졸중이 터지면 분당 약 190만 개의 뉴런이 죽는다. 뇌 전체 뉴런이 약 860억 개이니, 1시간이면 1억 1,400만 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LVO 뇌졸중의 표준 치료는 혈관 내 혈전제거술(Endovascular Thrombectomy, EVT)이다. 막힌 혈관에 카테터를 넣어 혈전을 물리적으로 꺼내는 시술로, 2015년 발표된 5대 무작위 대조 시험(MR CLEAN, ESCAPE, EXTEND-IA, SWIFT PRIME, REVASCAT)의 개인 환자 데이터 메타분석(Lancet, 2016)에서 효과가 확정적으로 입증됐다. mRS(수정 Rankin 척도) 기준 장애를 한 단계 줄이는 데 필요한 치료 수(NNT)가 2.6명. 의학에서 이 정도 NNT는 흔치 않다.

문제는 EVT가 시간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데 있다. 시카고대학교 뇌졸중 디렉터 James Siegler의 표현을 빌리면, "혈관 내 치료가 1분 지연될 때마다 장애보정생존년이 4일씩 늘어난다." 시술 시작이 30분 늦으면 환자의 장애가 120일, 약 4개월치 길어진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이 시간을 줄이는 일이 의료진의 노력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LVO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CT를 찍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영상을 읽고, LVO가 의심되면 신경중재시술 전문의에게 연락하고, 환자를 혈관조영실로 옮기고, 시술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 규모,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가용성, 당직 체계에 따라 수십 분에서 수시간의 격차가 생긴다. 야간이나 주말에, 1차 뇌졸중센터(Primary Stroke Center)에서 종합 뇌졸중센터(Comprehensive Stroke Center)로 전원해야 하는 경우라면 지연은 더 심하다.

바로 이 지점에 Viz.ai가 끼어든다.

2018년, 새 분류를 만들며 시작하다

2018년 2월, Viz.ai의 ContaCT가 FDA De Novo 승인(DEN170073)을 받았다. "Computer-Aided Triage and Notification"이라는 의료기기 분류 자체가 이때 새로 생겼다. 이전에 없던 분류이므로 기존 유사 제품을 참조하는 510(k)가 아니라 De Novo 경로로 심사를 받았다.

De Novo는 "새 종류의 의료기기이지만 위험도가 낮거나 중간 수준"일 때 쓰는 인허가 경로다. FDA가 이 경로를 승인하면, 이후 같은 유형의 기기들이 이 제품을 predicate device(선행 의료기기)로 삼아 510(k)로 진입할 수 있다. Viz.ai의 ContaCT가 이 분류의 원조인 셈이다.

승인 근거가 된 후향적 성능 연구의 규모는 300명이었다. AUC(Area Under the Curve) 0.91, 민감도와 특이도 모두 90%. CT 스캔 완료 후 전문의에게 알림이 도달하기까지 중앙값 6분 미만. 95% 이상의 사례에서 AI가 사람보다 빠르게 전문의에게 알렸고, 절약된 시간은 6분에서 206분까지 분포했다. 평균 52분이었다.

Nature Biotechnology가 2018년 4월호에 이 승인을 보도했다("FDA approves stroke-detecting AI software", nbt0418-290). 의료 AI가 Nature 계열 저널의 뉴스 섹션에 실린 초기 사례 가운데 하나다.

여기서 짚어둘 것이 있다. 이 제품은 "진단"을 하지 않는다. Viz.ai 알고리즘은 CT 혈관조영 영상에서 LVO가 의심되는 패턴을 잡아내면, 영상과 함께 스마트폰 알림을 신경중재시술 전문의에게 곧장 보낸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영상을 읽고 전화를 돌리는 단계를 건너뛰는 것이다. 진단은 여전히 의사 몫이되, AI가 영상이 의사에게 도달하는 시간을 줄인다. "triage"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Viz.ai 메타분석 핵심 결과
Viz.ai 메타분석 핵심 결과

300명에서 15,595명으로

의료기기의 근거 수준을 논할 때 흔히 "근거 피라미드(Evidence Pyramid)"를 든다. 맨 아래에 전문가 의견과 증례 보고, 위로 올라가면 관찰 연구와 코호트 연구, 무작위 대조 시험(RCT), 꼭대기에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이 놓인다.

Viz.ai는 2018년 FDA 승인 당시 300명짜리 후향적 연구 하나가 전부였다. 이후 7년 동안 단일센터 연구들이 하나둘 쌓였고, 2025년 5월 Sarhan 등이 Translational Stroke Research에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이 그 꼭대기에 올랐다.

규모부터 보자. 12개 연구, 총 15,595명. PubMed, Web of Science, Scopus를 검색해 2024년 10월 25일까지 발표된 관련 연구를 PRISMA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집한 결과다.

결과는 세 가지 시간 지표 모두에서 일관됐다.

1차 결과 지표:

  • Door-to-groin puncture(DTG): 표준화 평균 차이(SMD) -0.50 (95% CI [-0.66, -0.35], p < 0.001)
  • CT-to-EVT: SMD -0.71 (95% CI [-0.98, -0.44], p < 0.001)
  • CT-to-recanalization: SMD -0.55 (95% CI [-0.76, -0.33], p < 0.001)
  • Door-in-door-out(DIDO): 유의미 감소

SMD가 낯설 수 있으니 풀어보겠다. 연구마다 시간 측정 단위와 기준이 조금씩 다르므로, 효과 크기를 표준화해서 비교하는 수치다. 절대값 0.2면 작은 효과, 0.5면 중간, 0.8 이상이면 큰 효과로 본다. CT-to-EVT의 SMD -0.71은 중간과 큰 효과 사이다. 12개 연구를 합쳐도 이 정도가 유지된다는 것은 특정 병원이나 특정 상황에 한정된 효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한 가지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사망률, 증상성 두개내출혈, 90일 mRS < 2(기능적 독립) 같은 환자 결과(patient outcome) 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은 줄었는데 "환자가 좋아졌다"는 증거가 메타분석 수준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실망할 일이라기보다 현재 근거의 한계가 정확히 드러난 대목이다. 시간 지표는 프로세스 지표(process metric)이고, 환자 결과는 그보다 훨씬 많은 변수가 개입한다. 뇌졸중 중증도, 동반 질환, 시술자 기량 같은 교란 변수를 통제하려면 표본이 지금보다 훨씬 커야 한다. 프로세스 개선과 환자 결과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다음 과제다.

ISC 2025에서 나온 두 편의 연구

2025년 2월, 국제 뇌졸중 학회(ISC) 2025에서 Viz.ai 관련 연구 두 편이 발표됐다.

첫 번째는 경제적 영향 분석이다. Thomas Devlin(CHI Memorial)이 VALIDATE 데이터를 기반으로 Viz.ai 도입의 재정 효과를 추산했다. 환자 도착부터 LVO 진단 및 신경중재시술 전문의 첫 접촉까지 걸리는 시간이 44.13% 줄었고, 미국 전역 확대 적용 시 농촌과 소도시 뇌졸중 치료의 15%가 1차 뇌졸중센터에서 직접 처리되면 약 3,670만 달러의 보험급여가 재배치된다는 추산이다. 불필요한 전원이 줄면 돈도 줄고 시간도 준다.

두 번째가 본론이다. James Siegler(시카고대학교)가 발표한 다기관 후향적 분석으로, 474명(Viz 도입 후 215명, 45.4%)을 대상으로 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Viz LVO 도입 후 치료시간이 평균 31분 줄었다.

474명이라는 숫자보다 "다기관"이라는 단어가 더 무겁다. 단일 병원 연구는 해당 병원의 워크플로와 인력 구성, 지리적 조건에 좌우된다. 여러 병원에서 일관되게 31분이 줄었다면, Viz.ai의 효과가 특정 환경에 기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다룬 메타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31분을 Siegler의 공식에 넣으면 31 x 4일 = 124일. 환자 한 명당 장애보정생존년이 약 4개월 줄어드는 계산이다. 선형 관계를 전제한 단순 추정이지만, 31분이라는 숫자의 임상적 무게를 가늠하는 데는 충분하다.

14,116건이 보여준 것: VALIDATE 연구

ISC 2025 발표의 토대가 된 VALIDATE(Validation of AI to Limit Delays in Acute stroke Treatment and Endovascular therapy) 연구를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4년 Frontiers in Stroke에 실린 이 연구는 TeleSpecialists LLC의 원격 뇌졸중 진료 네트워크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17개 주 166개 시설, 14,116건의 급성 뇌졸중 상담 사례다.

Viz.ai를 쓴 시설에서 환자 도착부터 신경중재시술 전문의(NIR) 알림까지의 시간이 39.5분 줄었다(44.13% 감소, p < 0.001).

시설 유형별로 쪼개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드러난다. 혈전제거술을 직접 할 수 없는 소규모 시설에서 33.0분(34.0%), 혈전제거술이 가능한 시설에서 34.0분(43.59%) 단축됐다. 혈전제거술 장비가 없는 병원에서도 AI가 비슷한 수준의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이런 병원에서는 LVO가 의심되면 종합 뇌졸중센터로 전원을 보내야 하는데, 전원 결정까지의 시간이 당겨졌다. 대형 병원뿐 아니라 소규모 시설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 기술의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Viz.ai 케어 코디네이션 플랫폼 비즈니스 지표
Viz.ai 케어 코디네이션 플랫폼 비즈니스 지표

AI 진단이 아니라 케어 코디네이션

Viz.ai의 비즈니스 모델을 들여다볼 차례다. Viz.ai는 스스로를 "AI-powered care coordination platform"이라 부른다. AI 진단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케어 코디네이션 플랫폼이다. 이 구분이 중요하다.

AI 진단 소프트웨어는 영상을 분석해 "LVO입니다" 또는 "아닙니다"라는 결과를 낸다. 의사가 그 결과를 보고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Viz.ai는 다르게 접근한다. LVO 의심 영상을 자동 검출한 뒤 관련 전문의에게 영상과 함께 스마트폰 알림을 보내고, 전문의 간 실시간 소통 채널을 열고, 환자 이송까지 조율한다. AI는 이 플랫폼의 출발점이지 전부가 아니다.

의료 AI 스타트업 대부분이 "우리 AI가 영상을 더 정확하게 읽는다"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이 경우 기존 워크플로에 도구 하나가 끼어드는 구조다. 의사가 AI 결과를 확인하고 판단하고 다음 단계로 넘기는 과정은 그대로 남는다. Viz.ai는 워크플로 자체를 바꿨다. AI가 영상을 읽는 것은 첫 단계이고, 그 뒤의 커뮤니케이션과 환자 이송까지 한 줄기로 엮었다.

시장 숫자가 이 전략의 결과를 보여준다. 2025년 말 기준 미국 내 약 2,000개 병원이 Viz.ai를 쓰고, 50대 health system 대부분이 포함돼 있다. 2.3억 명 이상의 인구를 커버한다. 임상 알림 클릭률 90%라는 수치는 의료진이 이 알림을 실제로 쓰고 있다는 뜻이다. 동료심사 논문이 120편 넘게 쌓였고, 뇌졸중에서 출발해 폐색전증, 대동맥 질환, 비대성심근병증,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뇌출혈, 뇌동맥류까지 50개 이상의 FDA 승인 알고리즘으로 확장했다.

재무 숫자도 눈에 띈다. 2024년 매출 4,880만 달러. 2025년에는 healthcare 사업 부문에서 흑자를 냈다고 2026년 1월 12일에 발표했다. 총 투자 유치액은 2억 8,925만 달러(Series D에서 Tiger Global과 Insight Partners가 주도한 1억 달러 포함)이고, 2022년 기준 기업가치 12억 달러로 유니콘에 올랐다. 생명과학 사업도 최근 18개월간 두 배 성장해 파트너십 13개를 구축했다.

의료 AI 스타트업 중 "healthcare 사업 흑자"를 공식 발표한 곳은 아직 드물다. 연구개발 투자와 임상 근거 축적, 규제 인허가에 자원이 몰리는 업계에서 Viz.ai의 흑자 전환은 케어 코디네이션이라는 모델이 사업으로도 돌아간다는 증거다.

7년간 쌓은 근거가 말해주는 것

Viz.ai의 궤적을 되짚으면 이렇다. 2018년 300명 데이터로 FDA De Novo 승인을 받았다. 이후 단일센터 연구들이 하나씩 나왔고, 2024년 VALIDATE 연구로 14,116건의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했다. 2025년 메타분석에서 12개 연구 15,595명의 풀링 데이터로 일관된 시간 단축 효과가 확인됐고, 같은 해 ISC 2025에서 다기관 연구가 31분이라는 숫자를 내놨다.

의료 AI 제품이 FDA 승인을 받는 것은 출발선일 뿐이다. 실제 임상에서 효과가 있다는 근거를 쌓아야 병원이 도입하고, 보험이 커버하고, 진료 지침에 이름을 올린다. 대부분의 의료 AI 제품은 FDA 승인 시점의 소규모 연구에 머물러 있다.

Viz.ai가 메타분석까지 올라간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둘째, 2,000개 병원에 실제로 깔렸기 때문에 실사용 데이터가 저절로 쌓였다. 별도의 임상시험을 설계할 필요 없이, 진료 현장 데이터 자체가 근거가 된 것이다. 채택률이 근거를 낳고, 근거가 다시 채택률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다.

한계도 분명하다. 메타분석에 포함된 12개 연구는 대부분 후향적 관찰 연구이지 전향적 RCT가 아니다. 시간은 줄었지만 환자 결과(사망률, 기능적 독립)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쟁사 RapidAI는 자사 연구에서 LVO 검출 민감도가 98%로 Viz.ai의 74%를 앞선다고 발표했다(다만 RapidAI 측 자체 발표이므로 독립적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AI 의료기기가 FDA 승인 이후 어떻게 근거를 쌓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Viz.ai는 현재까지 가장 체계적인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근거 피라미드 꼭대기에 도달한 AI SaMD는 아직 손에 꼽힌다. Viz.ai는 그 가운데 하나이고, 그 과정 자체가 의료 AI 업계에 참고 사례가 된다.

출처

  1. Sarhan K et al. "Automated Emergent Large Vessel Occlusion Detection Using Viz.ai Software and Its Impact on Stroke Workflow Metrics and Patient Outcomes in Stroke Center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Translational Stroke Research, 2025;16(6):2258-2271. DOI: 10.1007/s12975-025-01354-0
  2. Siegler JE et al. "Treatment time metrics following implementation of the Viz.ai artificial intelligence intracranial occlusion-detection and communication platform: A multicenter retrospective analysis." ISC 2025.
  3. Devlin TG et al. "Optimization of Acute Stroke-Related Hospital Finances Utilizing Artificial Intelligence." ISC 2025.
  4. VALIDATE Study. Frontiers in Stroke, 2024. DOI: 10.3389/fstro.2024.1381930
  5. FDA De Novo DEN170073 Summary.
  6. "FDA approves stroke-detecting AI software." Nature Biotechnology 36, 290 (2018). DOI: 10.1038/nbt0418-290
  7. Viz.ai Press Release. "Viz.ai Closes 2025 with Record Scale and Patient Impact, Achieving Profitability in Its Healthcare Business." 2026-01-12.
  8. Goyal M et al. "Endovascular thrombectomy after large-vessel ischaemic stroke: a meta-analysis of individual patient data from five randomised trials." Lancet, 2016;387(10029):1723-1731.
YS

신윤섭

데이너스 대표 | AI 교육 & AX 컨설팅

81개 이상의 AI/AX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50여 기업과 기관에서 강의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조직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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