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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비즈니스신윤섭·2026년 7월 4일

하루 차이, 1년의 손실: 뷰노 딥카스가 마주한 미국의 두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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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30일, FDA는 뷰노의 심정지 예측 AI '딥카스'에 "동등성 증빙 불충분(NSE)" 판정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CMS가 딥카스에 신기술 추가 수가를 걸어둔 조건, 즉 "5월 1일까지 FDA 허가 획득"의 마감일 바로 하루 전이었다. 허가 심사 지연이라는 흔한 리스크가 캘린더에 못박힌 급여 조건과 만나면서 1년짜리 기회비용으로 바뀐 사례다.


병원 4만 8천개 병상에서 검증된 AI가 미국 문턱에서 멈추다

뷰노메드 딥카스(DeepCARS)는 일반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심정지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AI 조기경보 소프트웨어다. 혈압과 맥박, 호흡수, 체온처럼 병원에서 어차피 반복 측정하는 활력징후(vital sign) 데이터를 입력값으로 삼아 향후 24시간 안에 심정지가 발생할 위험을 점수로 환산하고, 그 결과를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새 검사나 장비를 추가하지 않아도 이미 쌓이던 데이터에서 위험 신호를 미리 건져낸다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다.

이 제품은 한국에서는 이미 검증이 끝난 셈이다. 2026년 4월 말 기준 20여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누적 도입 병상 수가 약 4만 8천개에 이르렀고, 2025년 국내 매출은 200억원으로 단일 제품으로는 국내 최대 매출을 기록한 AI 의료기기가 됐다. 유럽 쪽 흐름도 나쁘지 않다. 2025년 5월 CE MDR과 영국 UKCA 인증을 획득했는데, 원래 2026년 상반기로 잡혀 있던 일정보다 1년 이상 앞당겨진 결과였다. 27개 EU 회원국과 영국 시장 공략이 이제 눈앞에 있다.

문제는 미국이었다. 뷰노는 2023년 초 FDA에 510(k) 신청서를 냈고, 같은 해 6월에는 혁신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 Designation) 지정까지 받았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에 뚜렷한 개선을 줄 가능성이 있는 기기에 FDA가 부여하는 지정으로, 심사 중 FDA와 더 자주 소통하고 심사 기간도 줄일 수 있는 자격이다. 그런데도 자료 보완 요청이 계속 이어지면서 심사는 길어졌고, 결국 2026년 4월 30일(미국 현지시각) FDA는 "동등성 증빙 불충분(Not Substantially Equivalent, NSE)" 판정을 내렸다. 공식 서면 통보는 나흘 뒤인 5월 4일에 도착했다.

NSE란 무엇이고, 왜 '한국인 데이터'가 발목을 잡았나

510(k)는 미국에서 의료기기를 시장에 내놓을 때 가장 흔히 쓰는 경로다. 완전히 새로운 임상시험을 거치는 대신 이미 허가된 유사 제품(예측 기기, predicate device)과 비교해 "본질적으로 동등하다(substantially equivalent)"는 점만 입증하면 된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기존 제품과 사용 목적, 기술적 특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논리다. FDA가 이 동등성을 인정하면 "SE(Substantially Equivalent)" 판정을 내리고, 인정하지 않으면 "NSE(Not Substantially Equivalent)" 판정을 내린다. NSE 판정을 받아도 재신청은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NSE의 사유로 알려진 것은 인구 구성의 차이다. 더벨 보도에 따르면 FDA는 미국이 다인종(multiracial) 인구로 이뤄진 시장이라는 점을 근거로, 여러 인종군에 걸친 임상·성능 검증 데이터를 요구했다고 한다. 다만 이는 FDA의 공식 서한이나 1차 자료가 공개되어 확인된 내용이 아니라 국내 매체 단독 보도로 알려진 정황이라, 정확한 문구나 논리 전개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뷰노가 그동안 쌓아온 검증 데이터가 국내 병원 중심, 즉 한국인 환자 데이터에 몰려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하다. 활력징후 기반 위험 예측 알고리즘이라 해도 인종별 생리적 특성이나 의료 시스템 환경 차이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가, 보도를 통해 FDA 판단의 배경으로 전해진 셈이다.

뷰노 측은 이번 결정을 "핵심 기술이나 임상적 가치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사용 환경에서 기존 제품과의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 보완 요구"로 해석한다. 임상 자료를 정비해 신속히 재신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실제로 NSE는 기술의 실패라기보다 "이 데이터로는 이 시장에서 동등성을 증명하기에 부족하다"는 절차적 판정에 가깝다. 문제는 이 절차적 판정이 다음에 설명할 급여 제도의 마감일과 정확히 충돌했다는 데 있다.

NTAP 데드라인, 하루 차이가 1년 사이클을 갈랐다

미국 병원의 입원환자 진료비는 대부분 포괄수가제(IPPS, Inpatient Prospective Payment System)로 지급된다. 질환군(DRG)별로 정해진 금액을 한 번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보니, 병원이 새롭고 비싼 신기술을 들여도 그 비용을 따로 청구하기 어렵다. 이 공백을 메우는 제도가 NTAP(New Technology Add-on Payment, 신기술추가지불보상)다. 새롭고 비용이 높으면서 기존보다 임상적으로 실질적인 개선을 보이는 기술에 한해, 병원에 건당 추가 금액을 얹어준다.

CMS(미국 연방 건강보험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는 2026년 4월 초 발표한 FY2027(2026년 10월~2027년 9월 회계연도) IPPS 제안 규칙에서 딥카스를 NTAP 대상 후보로 분류하고 건당 최대 236달러를 추가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딥카스의 임상적 가치와 비용 구조가 CMS의 공식 평가 테이블에 올랐다는 뜻이고, 뷰노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 진입의 실질적인 교두보가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다만 이 제안에는 명확한 전제조건이 붙어 있었다. "2026년 5월 1일까지 FDA 시판허가(marketing authorization)를 획득할 것." NTAP는 회계연도 단위로 심사 사이클이 돌아가는 제도라, 이 마감일 안에 허가를 받지 못하면 해당 사이클에는 아예 들어갈 수 없다. 그런데 FDA의 NSE 판정은 하필 마감일 하루 전인 4월 30일에 나왔다. 결과적으로 딥카스는 FY2027 NTAP 사이클에서 밀려났고, 다음 기회는 FY2028 사이클로 넘어갔다. 최소 1년의 시차가 생긴 셈이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구조는 단순하다. 허가와 급여는 미국에서 완전히 분리된 두 개의 문이고, 각자 다른 캘린더로 움직인다. FDA 심사는 자료 보완 요청 때문에 늘어지는 일이 드물지 않을 만큼 유동적인 과정이다. 반면 NTAP처럼 못박힌 회계연도 마감일은 그 유동성을 받아줄 여유가 없다. 심사가 하루만 늦어져도 결과는 다음 마감일까지 1년을 통째로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뷰노 측이 "임상적 가치가 공식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NTAP 후보로 분류됐다는 사실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고, FY2028 사이클에서 다시 심사받을 수 있는 발판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뷰노 매출의 74%, 딥카스 하나가 떠받친다

이번 지연이 가벼운 문제가 아닌 이유는 뷰노의 매출 구조에 있다. 뷰노는 2025년 연간 매출 3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259억원보다 약 35% 늘어난,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영업손실은 49억원으로 전년 124억원보다 약 60% 줄어 흑자전환에 바짝 다가섰다. 영업비용은 398억원으로 전년 383억원보다 약 4% 느는 데 그쳤으니, 매출이 늘어난 속도가 비용이 늘어난 속도를 크게 앞지른 셈이다.

이 성장을 이끈 것이 딥카스다. 딥카스 단일 제품의 2025년 매출은 257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18%, 금액으로는 40억원 늘었다. 전체 매출의 약 74%를 딥카스 한 제품이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또 다른 제품인 하티브(Heart-V)의 매출은 19억원에 그친다. 뷰노의 실적이 딥카스라는 단일 제품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얘기이고, 그래서 이 제품이 겨냥한 미국 시장에서의 지연은 회사 전체 실적으로 곧장 옮겨붙는 리스크가 된다. 국내와 유럽에서의 순항이 어느 정도 상쇄해주긴 하겠지만, 매출 집중도가 높은 만큼 미국 진입 지연이 미치는 파장 자체는 작지 않다.

다만 이 지연이 정확히 얼마의 금액 손실로 이어지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NTAP은 건당 최대 236달러를 얹어주는 구조인데, 미국에서 딥카스가 연간 몇 건에 적용됐을지에 대한 케이스 수 추정치가 공개된 적이 없어서, FY2027 사이클을 한 해 통째로 놓친 데 따른 연간 손실액을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매출의 74%가 한 제품에 몰려 있는 구조를 감안하면, 그 손실이 회사 실적에 가볍지 않게 반영될 가능성 자체는 낮지 않다.

같은 달, CMS는 '허가 후 급여' 체계 전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었다

딥카스의 NSE·NTAP 충돌은 한 기업의 불운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같은 시기 CMS가 내놓은 정책 변화를 함께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6년 4월 17일, CMS는 FY2027 IPPS 제안 규칙에서 NTAP의 "대체 경로(alternative pathway)" 폐지를 제안했다. 이 대체 경로는 혁신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 지정을 받은 제품이 NTAP의 세 가지 요건, 즉 신규성·고비용·실질적 임상 개선 가운데 "실질적 임상 개선" 요건을 면제받고도 추가 지급을 받게 해주던 통로였다. 딥카스도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은 제품이니, 허가가 제때 났다면 이 대체 경로의 혜택을 봤을 가능성이 있다.

CMS는 이 대체 경로를 FY2028부터 없애면 혁신의료기기 지정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NTAP 신청자가 신규성·고비용·실질적 임상 개선 세 요건을 전부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분은 "어떤 기술에 추가 지급을 할지 더 근거에 기반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단체 AdvaMed는 이 조치를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며, 중소 의료기기 기업과 혁신기업을 지원하던 기능이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CMS는 같은 시기에 정반대 방향의 정책도 함께 내놓았다. 2026년 4월 23일, CMS와 FDA는 RAPID(Regulatory Alignment for Predictable and Immediate Device)라는 신규 커버리지 경로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FDA가 시판허가를 내주는 당일, CMS가 전국 커버리지 결정(National Coverage Determination, NCD) 초안을 곧바로 제안하는 구조다. 법정 30일의 공공 의견수렴을 거치면 최대 60일 안에 전국 단위 메디케어 커버리지를 확정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이 과정에만 보통 1년 이상 걸렸다.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은 딥카스라면 이론적으로는 이 빠른 트랙의 후보군에 들 법도 했다. 다만 RAPID는 관련 FDA 자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메디케어 수급자를 포함한 임상시험을 수행한 일부 Class II·III 혁신의료기기 지정 제품에만 적용되는데, 딥카스가 이 세부 조건까지 충족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무엇보다 NSE 판정으로 '허가'라는 첫 관문 자체를 통과하지 못했으니, 이 트랙에 올라탈 자격이 애초에 성립하지 않았다.

CMS는 RAPID 시행에 맞춰 기존 TCET(Transitional Coverage for Emerging Technologies, 신흥기술 과도기 커버리지) 경로의 신규 후보 접수도 함께 중단했다. TCET은 임상 근거가 아직 두텁게 쌓이지 않은 신흥 기술에 잠정적 커버리지를 열어주던 경로였는데, 미국 허가 자체가 막힌 딥카스로서는 신규 후보 접수 중단 여부와 무관하게 애초에 발을 들일 수 없는 트랙이었다.

정리하면 RAPID는 "허가 이후 커버리지가 확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다루고, NTAP는 "병원이 그 기술을 쓸 때 얼마를 더 받는가"를 다룬다. 서로 다른 트랙이다. CMS는 허가 이후 절차는 훨씬 빠르게 만들면서 동시에 추가 지급을 받는 문턱은 더 까다롭게 만드는, 방향이 엇갈리는 신호를 같은 달에 함께 보낸 셈이다. 딥카스의 NSE·NTAP 충돌이 하필 이 재편의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한 기업의 개별 이슈를 넘어, 미국이 AI·혁신의료기기의 "허가 후 급여" 체계 전체를 다시 짜는 중이라는 신호로 읽힌다.

국내·유럽은 순항한다, 미국만 어긋났다

같은 시기 뷰노가 국내와 유럽에서 거둔 성과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번 사건의 성격이 더 분명해진다. 국내에서는 4만 8천개 병상, 200억원 매출이라는 실적으로 이미 시장에 자리 잡았다. 유럽에서는 CE MDR·UKCA 인증을 원래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받았다. 두 시장 모두에서 딥카스는 "임상적으로 유효하고 상업적으로도 통하는 제품"임을 이미 증명했다.

즉 이번 미국에서의 좌절은 기술 자체의 실패라기보다 미국이라는 특정 시장의 규제·급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절차적 실패에 가깝다. 보도된 대로 FDA가 다인종 데이터 보완을 요구한 것이 맞는다면, 이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때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장벽이기도 하다. 국내 인증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애초에 미국의 인구 구성을 반영한 임상 설계를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매출의 74%가 딥카스 한 제품에 몰려 있는 구조라, 특정 시장에서의 지연이 다른 시장 성과로 완전히 상쇄되지는 않는다. 결국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허가와 급여라는 두 캘린더가 여전히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내와 유럽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딥카스조차 그 어긋남 앞에서는 하루 차이로 1년을 흘려보내야 했다. 국내·유럽의 순항이 뷰노를 지탱하는 동안에도, 미국의 하루는 회사의 성장 속도를 그만큼 늦추고 있다.


출처

YS

신윤섭

데이너스 대표 | AI 교육 & AX 컨설팅

81개 이상의 AI/AX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50여 기업과 기관에서 강의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조직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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