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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비즈니스신윤섭·2026년 7월 6일

허가 다음은 수가: 미국 CMS가 의료 AI 전담 조직을 세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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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미국 연방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CMS가 AI와 디지털 헬스를 전담하는 새 조직을 만들었다. 같은 달 원격진료 청구 방식을 바로잡겠다는 법안이 의회에 올라오고, 디지털치료제에 보험을 붙여 달라는 요구가 의회 문을 두드렸다. 세 사건이 겹친 자리에서 한 가지가 또렷해진다. 의료 AI의 승부처가 FDA 허가에서 CMS 수가로 넘어가고 있다.


승인 도장은 1,350개, 청구서에 오른 이름은 소수

FDA가 지금까지 허가한 AI 의료기기는 2026년 초 기준 약 1,350건이다. 집계 방식에 따라 1,450건까지 잡히기도 한다. 어느 쪽으로 세든 2022년의 두 배가 넘는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510(k) 경로로 통과했다. 510(k)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비슷한 기기(선행 기기)와 견주어 "동등하게 안전하고 효과적"임을 보이면 시판을 허가하는 제도다. 새 개념을 처음 심사받는 De Novo나, 고위험 기기의 정식 승인인 PMA는 소수에 그친다. 분야로 보면 영상의학이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흉부 엑스레이, CT, 유방촬영을 읽는 소프트웨어가 압도적으로 많다.

숫자만 보면 의료 AI는 규제의 관문을 이미 통과한 산업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회사들의 손익계산서를 열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허가는 받았는데 매출이 따라오지 않는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병원이 AI 소프트웨어를 돌린다고 해서 돈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의료에서 "돈이 나온다"는 말은 보험이 그 행위에 값을 매겨 준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그 값을 정하는 주체가 CMS다. 메디케어(65세 이상·장애인 공보험)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공보험)를 운영하는 연방 기관인데, 여기서 정한 수가는 관행적으로 민간 보험사의 기준선 노릇까지 한다. 병원이 AI 판독에 청구 코드를 붙여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야 그 AI는 비로소 팔린다. 정리하면 FDA 허가는 시장에 들어갈 자격증이고, CMS 수가는 그 시장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가격표다. 자격증이 있어도 가격표가 없으면 거래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몇 년 의료 AI 업계의 진짜 병목은 규제가 아니라 지불이었다. 자격증은 넘치는데 가격표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2026년 7월의 사건들은 공교롭게도 전부 그 가격표 쪽에서 터졌다.


CMS가 만든 새 조직, OHTP는 무엇을 하나

CMS는 Office of Health Technology Products, 줄여서 OHTP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이름 그대로 "의료 기술 제품"을 담당하는 부서다. 공식 설명은 AI, 상호운용성, 디지털 헬스 도구, 그 밖의 신흥 의료기술을 감독하고, 연방 의료 프로그램 전반에서 책임 있는 AI 도입 정책을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라는 말이 걸릴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서로 다른 병원과 시스템의 데이터가 막힘없이 오가는 상태를 뜻한다. A병원의 전자의무기록이 B병원 시스템에서도 그대로 읽히고, AI 소프트웨어가 그 데이터를 받아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가 흐르지 않으면 AI는 재료가 없어 굶는다. CMS가 AI와 상호운용성을 한 조직 안에 묶은 것은, 이 둘이 실은 한 몸이라는 판단이다.

OHTP는 세 갈래로 짜였다. 정책을 맡은 Division of Policy는 데이터 교환의 표준과 규칙, 거버넌스를 만든다. 어떤 형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지,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지를 정하는 자리다. Product Development Group은 CMS가 직접 쓰는 디지털 시스템을 현대화한다. 가입자, 의료공급자, 보험사, 주 정부가 쓰는 낡은 전산을 손보는 실무 조직이다. Digital Service at CMS는 사내 개발팀으로, 민간 기업식 제품 개발과 사용자 중심 설계를 연방 행정에 들여오는 역할을 맡는다.

조직도만 보면 지루한 행정 개편처럼 읽힌다. 그러나 의료 AI 회사 입장에서는 이 신설의 신호가 제법 뚜렷하다. 그동안 AI 관련 결정은 CMS 안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었다.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급여 여부 판단이 어느 창구에서 나오는지가 불분명했다. 이제 AI 커버리지와 상호운용성 정책이 한 지붕 아래로 모였다.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민간 보험사가 위탁 운영하는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관리의료에 청구하는 회사라면, 앞으로 나올 AI 급여 정책을 이 조직에서 지켜봐야 한다. 흩어져 있던 창구가 하나로 정리됐다는 것은, 곧 정책이 쏟아질 채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CMS OHTP 조직 구조
CMS OHTP 조직 구조


수가 전선의 세 가지 싸움

OHTP 신설이 큰 그림이라면, 같은 시기에 벌어진 세 다툼은 그 그림 안의 구체적 전선이다.

첫째는 원격진료 청구 방식이다. 2026년 6월 24일, 코네티컷주 하원의원 저해나 헤이스가 Fair Telehealth Billing Act, 곧 H.R. 9431을 발의했다. 핵심은 이중 청구를 막는 것이다. 지금은 의사가 원격으로 환자를 보면서 진료비(professional fee)를 청구하는데, 여기에 시설 이용료(facility fee)까지 따로 붙이는 경우가 있다. 환자가 병원 건물에 발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시설료가 나가는 셈이다. 법안은 진료비가 이미 청구되는 원격진료에는 별도 시설료를 물릴 수 없도록 한다. 그동안 이 비용을 떠안아 온 쪽은 주로 자가보험을 운영하는 대기업 고용주와 보험 플랜 관리자였다. 원격진료의 청구 규칙이 정리되지 않으면, 그 위에 얹히는 AI 기반 원격 모니터링의 수가 구조도 계속 흔들린다.

둘째는 처방 디지털치료제(PDT)의 급여다. 디지털치료제는 앱이나 소프트웨어 형태로 질병을 치료하는 제품을 말한다. 약처럼 처방받아 쓰지만 알약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다. 불면증, 약물중독, 우울증 관리 같은 영역에서 임상 근거를 갖춘 제품들이 이미 FDA 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메디케어에 이들을 청구할 공식 경로가 없다는 점이다. 허가된 치료 소프트웨어가 있어도 보험이 값을 매기지 않으니, 의사가 처방해도 환자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2026년 6월 10일, 원격의료 업계 단체인 ATA Action이 의회 사무실 35곳 이상을 돌며 요구한 항목 중 하나가 바로 이 PDT의 메디케어 수가 신설이었다. 같은 날 이들은 메디케어 원격진료 유연성의 영구화, 원격 마약류 처방 유지, 주 경계를 넘는 진료 확대도 함께 들고 갔다.

셋째는 AI 커버리지 정책 그 자체다. 이건 아직 법안이나 코드로 확정된 게 아니라, 이제부터 OHTP가 만들어 갈 영역이다. 그리고 세 싸움 중 판돈이 가장 크다. 앞의 둘이 특정 청구 항목을 손보는 일이라면, 세 번째는 "어떤 AI 판독에 얼마의 값을 매길지, 그 값을 받으려면 어떤 근거가 있어야 하는지"라는 규칙 자체를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심전도 AI 하나에 코드를 붙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수천 개 AI가 통과할 급여의 문법을 정하는 자리다. 시설료와 PDT가 지금 의회 테이블 위의 현안이라면, 세 번째는 향후 몇 년의 판을 규정한다. OHTP라는 상설 조직이 왜 필요했는지도 여기서 드러난다.

수가 전선의 세 가지 싸움
수가 전선의 세 가지 싸움


왜 지금인가, 그리고 한국은 어디에 서 있나

CMS가 이 조직을 지금 만든 데는 앞선 흐름이 있다. 직전 몇 분기 동안 CMS는 개별 AI 제품에 하나씩 수가 코드를 붙여 왔다. 심전도 AI 분석에 외래 수가 코드가 생겼고, AI를 활용한 관상동맥 플라크 평가에도 별도 코드와 금액이 매겨졌다. FDA와 CMS가 손잡고 일부 디지털헬스 기기의 급여화를 앞당기는 시범사업도 돌아가고 있었다. 하나씩 붙이던 방식이 쌓이자, 이제는 이걸 체계적으로 다룰 상설 조직이 필요해진 것이다. OHTP는 그동안의 임기응변을 제도로 굳히는 매듭이라 하겠다.

이 대목에서 한국 독자가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미국이 지금 씨름하는 "허가와 수가의 시차"는 한국 의료 AI가 훨씬 먼저, 더 아프게 겪어 온 문제다.

한국에서 AI 의료기기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팔 수 있다. 그런데 허가를 받아도 건강보험 수가가 붙지 않으면 병원은 청구할 곳이 없다. 그래서 등장한 장치가 선별급여와 혁신의료기술평가다. 선별급여는 아직 비용 대비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기술에 본인부담률을 높게 매겨 조건부로 급여에 넣어 주는 제도다. 혁신의료기술평가는 근거가 덜 쌓인 신기술이라도 시장에 먼저 들여보내 실사용 데이터를 모으게 해 주는 우회로다. 실제 급여의 문을 지키는 기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줄여서 심평원이다. 두 제도 모두 "허가는 됐는데 정식 수가는 아직"인 공백을 메우려는 임시 다리인 셈이다. 국내 의료 AI 기업들이 허가 실적은 화려한데 수익화에서 오래 고전해 온 배경이 바로 여기 있다.

미국의 이번 움직임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세계에서 가장 큰 의료 시장이 "허가 이후"를 제도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자격증을 나눠 주던 단계에서 가격표를 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다. 국내 기업에게 이는 두 가지를 일러 준다. 하나는 미국 진출 전략을 짤 때 FDA 허가만이 아니라 CMS의 커버리지 로드맵을 함께 읽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수가 논의에서도 결국 관건은 실사용 근거의 축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이 OHTP로 정리하려는 것도, 한국의 혁신의료기술평가가 요구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질문 하나로 모인다. 이 소프트웨어에 값을 매길 만한 증거가 있는가.

허가의 문은 이미 넓게 열렸다. 다음 몇 년, 의료 AI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그 문 안쪽에서 누가 값을 인정받느냐다.

미국과 한국의 허가·수가 2단 관문
미국과 한국의 허가·수가 2단 관문


출처

  • Telehealth.org, "CMS Launches Office to Oversee AI, Interoperability, and Digital Health" (2026)
  • MarketScale, "Digital health's July 2026 signal: AI wearables, a new CMS office, and the telehealth billing fight"
  • Openloop Health, "Recent Digital Health Trends, Insights and News – July 2026"
  • U.S. Congress, H.R. 9431 Fair Telehealth Billing Act of 2026 (2026-06-24, Rep. Jahana Hayes)
  • ATA Action Hill Day 우선순위 (2026-06-10)
  • FDA, Artificial Intelligence-Enabled Medical Devices 통계 (2026 초 기준 약 1,350건)
  • 직전 Scout(2026-06-29): CMS OPPS ECG AI 수가, FDA-CMS 디지털헬스 급여 시범사업
YS

신윤섭

데이너스 대표 | AI 교육 & AX 컨설팅

81개 이상의 AI/AX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50여 기업과 기관에서 강의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조직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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