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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비즈니스신윤섭·2026년 6월 1일

FDA가 AI 의료기기를 가르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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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초, FDA는 한쪽으로는 AI 소프트웨어의 규제 문턱을 낮추고 다른 쪽으로는 AI 심정지 예측 기기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 같은 기관의 두 결정은 모순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하나의 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같은 시기, 반대 방향

2026년 5월, 의료 AI 업계에 대조적인 뉴스가 거의 같은 시점에 들어왔다.

하나는 FDA가 3월에 최종 확정한 임상의사결정지원(CDS) 소프트웨어 가이던스였다. 요약하면 이렇다. 의사에게 "이 약을 처방하세요"라고 단정적으로 제안하는 AI 소프트웨어도, 의료진이 그 판단 근거를 이해할 수 있다면 의료기기로 취급하지 않겠다. FDA 허가 없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길이 넓어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뷰노의 소식이었다. 4년 가까이 개발해 미국 진출의 핵심으로 꼽아온 AI 심정지 예측 솔루션 VUNO Med-DeepCARS가 FDA 510(k) 심사에서 거부됐다. 결론은 NSE, 즉 "실질적 동등성 없음"이었다.

두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FDA가 어디에서 선을 긋는지 보인다.

"목록에서 골라라"를 없앤 FDA

CDS(Clinical Decision Support)란 의사의 임상 판단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를 통칭하는 말이다. 처방 추천 시스템, 약물 상호작용 경보, 진단 보조 알고리즘이 모두 여기 들어온다. 이 소프트웨어가 의료기기로 분류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기업의 부담은 완전히 달라진다. 의료기기로 분류되면 510(k) 또는 De Novo 심사를 받아야 하고, 임상 데이터와 성능 검증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비의료기기면 그 과정이 없다.

2022년 가이던스는 비의료기기 CDS의 조건으로 "여러 옵션 목록을 제시하는 형태"를 요구했다. "A, B, C 중 하나를 고르세요"는 괜찮지만, "A를 처방하세요"는 의료기기라는 논리였다. AI가 단정적인 권고를 내리는 순간 규제 대상이 됐다.

2026년 3월 최종 가이던스는 이 부분을 바꿨다. 단수 권고를 제시하더라도 의료진이 그 판단 근거를 이해할 수 있다면, FDA는 단속 재량권(Enforcement Discretion)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적으로는 의료기기에 해당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단속 재량권이 낯선 개념일 수 있다. FDA는 법적으로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공중보건 우선순위, 혁신 장려, 행정 효율성을 고려해 적극적인 집행을 유보할 수 있다. 2016년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 Act) 이후 FDA는 이 권한을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점점 자주 쓰고 있다.

실질적 수혜자는 LLM 기반 임상 보조 도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과 헬스테크 기업들이다.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치료를 추천하는 AI, 의무기록에서 진단 가능성을 추출하는 소프트웨어가 이전보다 가벼운 경로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단, 가이던스는 "임상적으로 적절한(clinically appropriate)" 경우에만 재량권을 적용한다고 했지만 그 기준을 정의하지 않았다. 실무에서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DeepCARS는 처음부터 다른 범주였다

VUNO Med-DeepCARS는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심정지 위험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AI다. 혈압, 맥박, 호흡수, 산소포화도 같은 활력징후와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를 입력받아 심정지 가능성을 계산하고, 위험이 높아지면 의료진에게 경보를 보낸다.

한국에서는 이미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여러 병원에서 쓰이고 있다. 2023년에는 FDA로부터 Breakthrough Device Designation을 받았다. FDA가 "심각한 질환에 효과적인 치료나 진단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심사를 우선 처리하겠다는 신호였다.

그럼에도 2026년 5월, FDA는 NSE 결정을 내렸다.

NSE는 510(k) 경로에서 나오는 결론이다. 510(k)란 새로운 기기가 이미 허가받은 기존 기기(predicate)와 실질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증명해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이다. 사용 목적, 기술 방식, 안전성·성능이 기존 제품과 유사하면 대규모 임상시험 없이 허가가 가능하다. NSE는 그 증명을 FDA가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확한 거부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DeepCARS의 성격을 보면 짐작이 된다. 이 제품은 CDS 가이던스에서 말하는 "의료진이 판단 근거를 이해한 뒤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도구가 아니다. 심정지라는 생사가 걸린 사건을 예측하고,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경보를 울린다. FDA CDS 가이던스는 "시간 임계(time-critical) 경보를 생성하는 기능"을 명시적으로 의료기기 범주에 유지했다. DeepCARS는 바로 그 범주에 해당한다.

CDS 완화의 수혜를 받는 소프트웨어와 엄격한 임상 증거를 요구받는 의료기기 사이에서, DeepCARS는 처음부터 후자였다.

의료진 개입 가능성, 결과의 가역성, predicate 존재

두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FDA가 AI 의료기기를 나누는 논리가 보인다.

첫째, 의료진이 개입할 수 있는가다. AI의 권고를 의료진이 확인하고, 판단 근거를 이해하고, 무시하거나 수용하는 구조라면 FDA는 규제를 완화한다. 반대로 의료진이 판단할 시간이 없는 긴급 상황에서 작동하거나 AI 출력이 곧바로 임상 행위로 이어지면, 높은 임상 증거를 요구한다.

둘째,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가다. 잘못된 처방 추천을 의료진이 알아채고 수정할 수 있으면 피해는 제한된다. 중환자실에서 심정지 경보가 오작동했다면 그 결과는 되돌리기 어렵다.

셋째, 비슷한 기존 제품(predicate)이 있는가다. 510(k)는 기존 허가 제품과의 비교를 요구한다. AI 기반 생체신호 분석으로 심정지를 예측하는 제품의 predicate는 찾기 어렵다. 기술이 새로울수록 510(k)보다 De Novo나 PMA 경로를 거쳐야 한다.

2025년 295건의 FDA AI 의료기기 허가 중 75%가 영상의학에 몰린 이유도 여기 있다. 영상 판독 AI는 predicate가 축적되어 있고, 방사선과 의사가 AI 출력을 보고 최종 판단을 내리는 구조다. 의료진 개입이 명확하고, 결과의 가역성도 상대적으로 높으며, predicate도 풍부하다.

뷰노의 다음 경로

NSE 결정이 끝이 아니다. 뷰노에게는 두 가지 경로가 남아 있다.

하나는 De Novo 청원이다. 기존 predicate가 없는 새로운 분류의 기기임을 인정해달라는 방식이다. 통과되면 이후 유사 제품들의 predicate가 된다는 이점이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더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제품 설계를 수정해 다시 510(k)를 신청하는 것이다. 출력 방식을 경보에서 정보 제공으로 바꾸거나, 적응증 범위를 좁히거나, 의료진의 판단 개입을 명확히 설계하면 분류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시간이 필요하다. 뷰노의 2025년 전체 예상 매출 348억원 중 257억원이 DeepCARS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거부가 재무 구조에 미치는 압박이 작지 않다. 같은 시기 코렐라인소프트는 독일에서 AI 영상 분석 제품으로 유럽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한국 의료 AI 기업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맞은 엇갈린 결과다.

제품 설계 전에 먼저 물어야 할 것

CDS 완화와 DeepCARS 거부를 나란히 읽으면 하나의 방향이 보인다. FDA는 의료 AI 전체를 막겠다는 게 아니다. 의료진 판단이 필수로 개입하고 결과의 가역성이 있는 영역에서는 문을 열고 있다. 생명에 직결되고 시간 압박이 심한 영역에서는 임상 증거 기준을 낮추지 않는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다면 이 구분선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내 제품이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하는가, 아니면 의료진이 개입하기 어려운 순간에 작동하는가. 이 질문의 답이 허가 경로와 필요한 임상 증거의 수준 전체를 결정한다.

2025년 FDA 허가 건의 10%에 PCCP(Predetermined Change Control Plan, 사전 변경 관리 계획)가 포함됐다는 수치도 중요하다. PCCP는 AI 모델 업데이트 시 재허가 없이 변경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체계다. 허가 신청 단계에서 향후 변경 계획을 함께 제출해두면, 제품이 진화하더라도 규제 대응 비용이 줄어든다. 이미 PCCP는 선택이 아닌 표준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Breakthrough Device Designation이 허가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됐다. 우선 심사는 속도의 약속이지 승인의 약속이 아니다. 임상 증거의 완성도는 별개 문제다.

출처

  • Covington & Burling LLP (2026-01): "5 Key Takeaways from FDA's Revised CDS Software Guidance"
  • Arnold & Porter (2026-01): "FDA Cuts Red Tape on Clinical Decision Support Software"
  • FDA.gov: "Clinical Decision Support Software — Final Guidance" (2026-03-11)
  • The Asia Business Daily (2026-05-18): "Coreline Succeeds in Germany, VUNO Stalled in U.S."
  • Nate News / Investing.com (2026-05-08): 뷰노 FDA 510(k) 거부 보도
  • IntuitionLabs: "FDA's AI Medical Device List: Stats, Trends & Regulation"
  • Ropes & Gray (2026-01): "FDA Adapts with the Times on Digital Health"
YS

신윤섭

데이너스 대표 | AI 교육 & AX 컨설팅

81개 이상의 AI/AX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50여 기업과 기관에서 강의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조직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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