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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 비즈니스신윤섭·2026년 6월 15일

FDA가 임상시험을 실시간으로 본다: AI가 바꾸는 약물 개발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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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FDA가 AstraZeneca·Amgen 두 회사의 암 임상에서 실시간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가동했다. 규제기관이 임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검토하는 세계 최초 시도다. 임상시험 기간을 20~40% 줄이고 연간 $1.2억을 절감하는 게 목표다. 허가 절차의 배선을 다시 까는 작업이다.


10년짜리 병목

신약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평균 10~15년이 걸린다. 비용은 10억~30억 달러. 실패율은 90%에 육박한다. 그 시간과 비용의 상당 부분이 임상시험에서 소진된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가. 구조의 문제다. 임상 현장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는 일정 주기로 정리되어 제출된다. FDA 심사관은 이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고 판단한다. 이 과정 전체가 직렬이다. 임상이 끝나야 데이터를 내고, 제출 후에야 심사가 시작된다. 현장에서 새로운 안전 신호가 감지되어도 보고서가 FDA에 닿기까지 수 주에서 수 개월이 걸린다.

FDA Chief AI Officer Jeremy Walsh는 이 구조를 "배치(batch) 처리"라고 불렀다. 데이터가 쌓이고 나서야 처리되는 방식이다. 그는 이걸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DOGE 이후, FDA가 AI를 택한 이유

2026년 초 DOGE(정부효율부)의 예산 삭감으로 FDA는 약 3,500명의 인력을 잃었다. 과학자와 심사관 다수가 자리를 떠났다. Walsh는 이 상황에서 역설적인 논리를 꺼냈다. 사람이 줄었으니 AI를 더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결핍이 혁신의 이유가 되는 경우다.

그가 제시한 방향은 두 갈래다.

하나는 실시간 임상시험 파일럿(Real-Time Clinical Trial Pilot). 임상 현장의 데이터를 규제기관이 실시간으로 받아 모니터링하고, 안전성 신호나 유효성을 조기에 확인하면 심사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구상이다.

또 하나는 조기임상 AI 최적화 파일럿(AI-Enabled Optimization of Early-Phase Clinical Trials). 약물 용량 선정(dose selection), 임상 진행 여부의 Go/No-Go 결정 등 임상 초반부의 핵심 판단을 AI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Walsh는 이 두 경로로 임상시험 기간의 20~40%를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연간 절감액은 약 $1.2억(한화 약 1,700억 원). 해고된 과학자 3,000명을 재고용할 재원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두 개의 암 임상, 첫 번째 실험

2026년 4월 28일 FDA는 AstraZeneca와 Amgen의 암 임상에서 실시간 데이터 파이프라인이 가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AstraZeneca TRAVERSE

TRAVERSE는 맨틀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아칼라브루티닙 + 베네토클락스 + 리툭시맙 삼중 병용요법을 시험하는 Phase 2 임상이다.

맨틀세포림프종은 B세포 림프종의 일종이다. 발생 빈도는 낮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 1차 치료에서 어떤 조합이 최선인지가 여전히 논의 중인 영역이다. 이 임상에서 쓰는 세 약제는 각각 다른 경로를 차단한다. 아칼라브루티닙은 BTK(부루톤 티로신 인산화효소)를 억제하고, 베네토클락스는 암세포의 자살을 막는 BCL-2 단백질을 차단하며, 리툭시맙은 B세포 표면의 CD20 항원을 표적으로 한다. 세 경로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이다.

참여 기관은 MD Anderson Cancer Center와 University of Pennsylvania다. Paradigm Health라는 회사의 플랫폼이 임상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FDA에 전달하고 있으며, FDA 심사관이 이 데이터를 직접 수신하고 검증했다고 FDA 발표문에 명시되어 있다. 파이프라인이 실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확인이다.

Amgen STREAM-SCLC

STREAM-SCLC는 제한기(limited-stage) 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타를라타맙(tarlatamab, 제품명 Imdelltra)을 시험하는 Phase 1b 임상이다.

소세포폐암은 폐암 중에서도 악성도가 높은 종류다. '제한기'는 암이 한쪽 폐와 같은 편 림프절에 국한된 단계를 가리킨다. 타를라타맙은 Amgen이 개발한 이중특이성 T세포 결합체(bispecific T-cell engager, BiTE)다. DLL3 단백질을 발현하는 암세포와 T세포를 동시에 잡아당겨, T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죽이도록 유도한다. 2025년 11월 FDA로부터 광범위기(extensive-stage) 소세포폐암에 대한 정식 승인을 받은 약이다. STREAM-SCLC는 이 약의 적응증을 제한기로 확장하려는 시험이다. 발표 시점에는 사이트 선정이 진행 중이었다.


Paradigm Health가 하는 일

이 파일럿의 기술적 실체는 Paradigm Health의 Study Conduct 플랫폼이다. FDA가 실시간 데이터를 어떻게 받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시스템이다.

작동 방식은 세 단계다. 먼저 임상 현장의 전자의무기록(EHR)과 각종 구조화·비구조화 데이터를 직접 수집한다. 다음으로 FDA가 사전에 정의한 데이터 포인트와 보고 기준을 알고리즘으로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규제 판단에 필요한 핵심 신호만 추려서 임상 스폰서와 FDA에 실시간으로 보낸다.

전체 데이터를 다 보내는 방식이 아니다. 무엇을 볼 것인지 사전에 합의하고 그것만 전달한다. 이 합의가 핵심인 이유가 있다. FDA가 어떤 데이터 포인트를 원하는지 임상 시작 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임상 설계 단계부터 규제 전략이 개입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의 임상 개발 문화와 다른 지점이다.

ASCO(미국임상종양학회) 기간인 2026년 6월, Paradigm Health는 관찰연구 지원 성과도 별도로 발표했다. 규제 데이터 전달에서 임상 연구 전반으로 플랫폼 범위를 넓히는 행보다.


Phase 1에서 AI가 판단을 돕는다면

실시간 파일럿과 별개로, FDA는 임상 더 초반부를 겨냥한 공모도 함께 진행 중이다.

2026년 4월 29일 Federal Register에 공개된 RFI(정보요청서)는 CDER(의약품심사연구센터), CBER(생물의약품심사연구센터), OCE(종양학우수센터) 세 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질문은 하나다. AI가 임상 초반부의 핵심 결정을 얼마나 도울 수 있는가.

그 결정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다. 용량 선정(어느 용량에서 효과가 있고 독성은 없는가), 안전성 실시간 모니터링(이상 신호를 얼마나 빨리 감지하는가), Go/No-Go 판단(Phase 1을 마치고 Phase 2로 넘어갈 것인가). 지금까지 이 판단은 느렸다. Phase 1에서 실패가 확인되더라도 공식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임상은 계속 돌아갔다. AI가 실시간으로 신호를 읽으면, 일찍 중단하거나 반대로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2026년 5월 말 기준 138개의 공개 코멘트가 접수됐다.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되어 2026년 6월 29일까지다. 최종 파일럿 기관 선정은 2026년 8월이다.


허가 병목이 앞으로 이동한다

이 파일럿이 정착하면 신약 개발의 속도 논리가 달라진다. 지금은 임상이 끝난 후 데이터를 제출하고 심사를 기다린다. 앞으로는 임상이 진행되는 동안 FDA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며 판단을 준비한다. 임상과 심사가 병렬로 돌아가는 구조다.

병목의 위치가 바뀐다. 지금까지는 임상 완료 후 심사 기간이 병목이었다면, 앞으로는 실시간 데이터를 낼 수 있는 기술 인프라를 갖췄느냐, FDA가 원하는 데이터 포인트를 임상 설계 단계에서 사전 협의할 수 있는 체계를 가졌느냐가 새 경쟁 조건이 된다.

뷰노의 딥카스(DeepCARS)는 이 맥락에서 흥미로운 사례다. 2026년 4월 FDA로부터 510(k) NSE(동등성 증빙 불충분) 판정을 받았다. 미국의 다인종 데이터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딥카스는 심정지 예측 AI인데, 국내 임상 데이터로는 FDA가 요구하는 데이터 다양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실시간 파일럿 체계가 본격화되면, 이런 상황이 더 일찍 드러난다. 임상을 다 마치고 나서 NSE를 받는 게 아니라, 실시간 모니터링 중에 FDA가 데이터 구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데이터만으로 미국 허가를 통과하는 길이 좁아지는 방향이다.

루닛은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 2025년 해외 매출이 전체의 92%(768억 원)였고 2026년 1분기에는 97%까지 올라갔다. 글로벌 상위 제약사 15개사와 협력하며 기관 단위 도입과 파트너십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의약품 개발 파이프라인에 영상 AI를 직접 연결하는 루닛 스코프(Lunit SCOPE) 전략은 실시간 임상 인프라와 접점이 생길 수 있는 방향이다. 제약사 임상 파이프라인에 이미 발을 걸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8월 선정 결과가 보여줄 것

2026년 6월 현재, 실시간 임상 파일럿은 TRAVERSE에서 기술적 가동을 확인한 상태다. FDA 심사관이 Paradigm Health 파이프라인을 통해 데이터를 수신하고 검증했다. STREAM-SCLC는 사이트 선정 중이다.

조기임상 AI 최적화 파일럿의 RFI는 6월 29일 마감된다. 7월에 선정 기준이 확정되고, 8월에 파일럿 기관이 결정된다. 어떤 회사가 들어가느냐를 보면 FDA가 AI 기반 임상 인프라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지가 드러난다. 데이터 파이프라인 기술인지, 임상 설계 역량인지, 아니면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구조인지.

임상 기간이 실제로 20~40% 줄어드는지는 수 년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FDA가 배치 처리에서 스트리밍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이미 진행형이고, 이 전환의 첫 번째 수혜자는 기술보다 준비된 파트너십을 먼저 만들어둔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YS

신윤섭

데이너스 대표 | AI 교육 & AX 컨설팅

81개 이상의 AI/AX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50여 기업과 기관에서 강의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조직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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